대표적인 강남권 대형 단지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조합원 이주를 앞두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올 하반기 서울 강남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남권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도미노 이주를 앞두면서 전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거나 하반기 예정인 강남권 단지는 약 1만3500가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재건축 조합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이주를 진행해야 한다.

이주 대란의 포문을 연 몇몇 단지들이 있다. 서초구 신반포3차 통합 재건축(2196가구)은 지난 2일 인가를 받고 이달 말 이주를 개시할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미성-크로바(1350가구) 역시 5일 인가를 받고 이주 준비에 돌입했다.

강남권 전세시장엔 벌써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강남4구 전셋값은 지난 1월부터 내림세를 보이다 최근 반짝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9일 기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셋값은 0.02% 올랐다. 7월 첫째 주보다 0.08%포인트 올랐고 1월 마지막 주 이후 1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서초구 반포·잠원동 등지에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9일 기준 서초구 전셋값은 0.14% 변동률을 보이며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올 하반기 이주 수요로 인한 전세 수요 증가로 서초구 전세 가격이 전주 대비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일대 복수의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잠원동아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6억원에서 한 달 사이 오른 1억원이 오른 7억1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84㎡ 가격도 지난달 7억원에 형성됐으나 현재 전세 호가는 9억원을 웃돌고 있다. 반포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8억원대 후반에서 현재 9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반포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가 조합원 이주를 본격화하면서 주변 전세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단지들이 줄을 잇고 있는 점이다. 8월 서초구 반포우성, 9월 서초구 방배13구역와 미성-크로바, 10월 송파구 진주아파트, 12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등 대표적인 강남권 대형 단지들이 인가 후 이주를 앞두고 있다.

단지별로 사업 속도에 차이가 있고 서울시 이주 시기 조정이란 변수가 남아 있지만 ‘1만3500가구 이주’는 전세가격 반등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라는 시각이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 이주에 장소의 제약은 없지만 강남권 거주자들이 입지와 교육 등을 고려해 강북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거의 대부분이 거주지 인근에서 다시 집을 구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강남권 전세값 반등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먼저 서울시가 시장 안정을 위해 단지별 ‘이주 시기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는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집중되는 특정 시기에 개별 단지별로 이주 시기를 늦추는 조치를 선례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으로 인가가 늦어지면 사업비가 증가하고 조합원과 세입자 사이에서 예기치 못한 전세보증금 미상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조합의 반발이 거세지는 문제가 있다.

또한 연말 1만여 가구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가격 반등을 상쇄할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9510가규 규모의 가락시영아파트와 서초 등지에서 연말 완공 아파트로의 입주를 앞두고 있어 거꾸로 전셋값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면서 "이주 대란에 따른 전세값 반등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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