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철강업계 하반기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암울하다.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철강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중국도 한국 철강 제품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설상가상' 조선사들은 불황을 이유로 철강사들에 후판 가격 인상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담합' 혐의를 받는 철강업계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물게 될 위기에도 빠졌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2014~2017년 한국을 포함해 일본, EU, 인도네시아 총 4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50%를 초과했다며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고율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번 조사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반덤핑 규제·비관세 장벽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대상으로 각각 25%, 10%의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EU는 지난 19일부터 23개 철강 품목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잠정 발효했다. 최근 3년간(2015∼2017년) 수입된 평균 물량의 100%까지는 지금처럼 무관세로 수입하고, 이를 넘는 물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을 시행했다. 기한은 2019년 2월4일까지 200일간이다.

잠정조치된 23개 철강 품목의 총 쿼터 물량은 1513톤이다. 품목에 따라 적게는 5000톤, 많게는 426만9000톤이 배정됐다.

다만 미국의 수입 할당제(쿼터)와 달리 글로벌 쿼터를 적용했다. 미국은 무관세로 수출하는 물량을 국가별로 제한했지만, EU의 경우 전체 물량만 한정한다. 이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한국의 수출 대상국 4위로 많은 지역으로, 해마다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량은 330만톤으로, 약 29억달러(약 3조2800억원) 규모다.

철강업계는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EU의 이번 조치가 자국 산업 보호 보다는,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물량이 EU로 쏠리는 것을 막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주요 철강사, 철강협회는 19일 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3년 평균 물량만큼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의 철강 쿼터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EU가 국가별 쿼터를 설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른 나라들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규제를 발동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으로 수출하려던 물량을 돌릴 곳이 없다는 점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철강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철강업계는 이미 미국의 반덤핑 관세와 쿼터제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와 관련해 올해부터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철강사들은 2015~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70%만 수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5년간 12억4000만달러, 1조3336억원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쿼터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꼽힌 '품목 제외'도 기대하기 힘들다. 품목 제외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에 한해 232조 조치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미국 상무부는 올 3월부터 품목 제외 신청을 받아왔다. 하지만 상무부는 한국 등 쿼터에 합의한 국가의 철강 수출에는 품목 제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자동차와 조선 등 연관 산업이 침체가 미치는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자동차 시장의 위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인식되는 자동차 강판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수입자동차를 대상으로 고율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연쇄부진이 예상된다.

수년 째 이어지는 조선업계의 불황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 16일 경영환경이 불안정하다며 후판 가격 인상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협상은 통상 반기 단위로 이뤄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분까지 이미 2번 연속 후판값을 올렸지만, 철강사들은 인상폭이 낮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가격 인상 요구가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철강사들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용 철근값을 담합했다며 조만간 제재 수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의 6년간 매출액이 수십조에 달하는 만큼, 역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내수 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수록 철강업계의 하반기 경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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