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케이프 바 ‘마크 다모르'와 시그니처 칵테일 잔 <사진=이지혜 기자>

[이뉴스투데 이지혜 기자] 2018년 국내 호텔 업계는 ‘부티크호텔’이 가장 힙하다.

고급 맞춤 의상을 뜻하는 패션 용어 ‘오트퀴트르 부티크’에서 유래했다는 부티크호텔은 규모가 작지만 소품과 인테리어 등 디테일로 고급진 취향을 드러낸다. 전 세계적으로는 건물 신축이 어려운 유럽과 싱가포르 등에서 오래된 건물을 가지고 운영하는 부티크호텔이 다수다.

국내도 부티크호텔이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IP부티크호텔과 W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부티크호텔이 올해 다시 유행해 레스케이프 호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바이 메리어트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레스케이프 호텔의 남다른 디테일을 탐구해보기로 한다. 부티크호텔 특유의 취향과 추구하는 바를 엿볼 수 있다.

때가 묻은 거울과 광을 내지 않은 바닥 <사진=이지혜 기자>

◊새로 문 연 호텔인데...거울에 때가?

새 건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때 빼고 광 낸 번쩍번쩍한 외관이다. 흠 하나 없이 새 것에서만 느껴지는 오오라가 있다.

레스케이프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멋스런 거울에 비춰진 모습을 쳐다보게 된다. 여기서 좀 더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울 위에 때가 보일 것이다.

“아니, 호텔인데 청소도 꼼꼼히 안하나?”

실제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으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리다. 그러고보니 레스케이프호텔은 뭔가 새 호텔 특유의 번쩍거림이 없다. 당장 엘리베이터 앞 바닥도 대리석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청소시간이면 왁스와 콩기름으로 광을 냈던 교실 마룻바닥만도 못해 보이는 투박한 모습이다.

여기까지 썰을 푼 것을 보면 눈치 챘을 법 하다. 이 모든 것이 빈티지한 멋을 살리기 위한 연출이고 컨셉트다. 거울 위에 멋스런 얼룩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을 아티스트가 떠오르지 않는가.

빈티지한 열쇠와 객실 내 조명 제어 버튼 <사진=이지혜 기자>

◊장식품인줄 알았더니...시그니처 칵테일을 따라 주네

레스케이프 최상층에는 바 ‘마크 다모르’가 위치한다. 이곳에서는 4년 연속 '월드 베스트 바 50' 에 선정된 바 있는 월드클래스 바텐더 알렉스 크라테나, 시모네 카포랄레, 그리고 세계 정상급 바텐더 모니카 버그의 특별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금색 봉황 무늬 장식과 푸른 벨벳 벽과 소파와 의자가 어우러진 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마크 다모르에서는 또 하나 이색 인테리어 소품이 눈길을 끈다. 사람이 두 손을 모아 손바닥 안에 무언가 담으려는 듯 한 금속 조소와 순백의 릴리 모양 조각이다.

이 두 가지에는 비밀이 있다. 손바닥 모양 소품은 시그니처 칵테일 잔이다. 그릇이나 잔이 생기기 전에 사람들이 두 손으로 물을 마셨던 것에 착안하여 특수 제작한 제품이다.

릴리 모양 조각 역시 시그니처 칵테일잔으로 여기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재가 립스틱이 닿으면 잘 묻어나고 번지게끔 돼 있는데, 립스틱을 바른 이가 칵테일을 마시면 마실수록 릭스틱이 번져 매혹적인 미술품이 된다.

반려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6층 비밀의 방 <사진=이지혜 기자>

◊호텔 9층에만 없는 것, 혹은 있는 것

레스케이프는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들을 위해 반려견 객실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호텔에 들어서면 바닥에 카펫과 의자와 소파 등이 온통 벨벳 소재로 돼 있어 반려견이 올 경우 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가 저절로 궁금해진다. 하물며 낯선 환경에 예민해진 강아지가 실례를 할 수 있는데, 매번 어떻게 할까.

이러한 점을 감안해 9층 바닥은 다른 층과 달리 카펫을 깔지 않았다. 원목 느낌 소재로 바닥을 공사해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또 객실 이용 후에는 세스코 방역 전담팀이 전문 클린 작업을 해서 철저하게 관리하다.

반려견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전용공간도 마련돼 있다. 6층에는 빨간 벨벳 의자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중식당 '팔레드 신'이 위치한다. 이곳 한켠에는 눈에 잘 띄지는 않으나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하나 더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나오는 곳이 바로 반려견 전용 레스토랑이다. 식품위생법상 반려견이 식사하는 공간은 별로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따로 공간을 만들었다.

반려견과 투숙했더라도 기존처럼 객실에서 인룸다이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케이지 안에 반려견을 들어가게 한 후 이곳에 오면 베이비체어처럼 반려견 전용 체어가 있다. 또 개 맥주, 칵테일, 고구마 등 전용 식사가 함께 제공된다.

반려견 전용인 9층 객실(오른쪽)은 바닥에 카펫이 없다 <사진=이지혜 기자>

◊시그니처 향기와 곳곳에서 만나는 플라워 아트

레스케이프는 부티크 호텔 인테리어 대가 자크 가르시아가 19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감각적인 내부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각 객실마다 패턴이 다른 고급 실크 자수 벽지와 낮은 조도의 조명, 플라워 문양의 캐노피 장식, 앤티크한 가구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객실 저마다 화려하고 독특한 매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침구는 프렌치 무드를 더하는 줄리아 비의 프리미엄 베딩을 채택했다. 통상 하얀색 또는 베이지만 사용하는 여타 특급호텔 베딩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욕실 어메니티는 진귀한 천연 원료만을 사용하여 깊고 풍부한 시트러스 향을 창조하는 프랑스 니치 퍼퓸 하우스 아틀리에 코롱이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호텔 입구에서부터 눈과 코를 즐겁게 하는 꽃과 향기에 주목하게 된다. 프랑스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테와 협업해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레스케이프만의 시그니처 향기를 만들었다. 시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향기로 레스케이프를 색인한다. 또 런던 플로리스트 토니마크류가 선보이는 생화 플라워 아트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더욱 화사하고 격조 있게 한다.

런던 플로리스트 토니마크류가 선보이는 생화 플라워 아트 <사진=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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