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전 모씨(33세)는 3개월 전 수입 중형차를 구매했다. 이런 저런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하니 정상 판매가보다 1000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차 오너가 됐다. 특히 국산 중형차와의 가격차도 크지 않아 '득템'했다며 뿌듯해 한 전 씨였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하주자창 기둥과 충돌하면서 조수석 앞 휀더와 범퍼에 흠집이 생긴 것. 전 씨는 흠집 제거를 위해 서비스센터로 향했지만, 적어도 일주일의 대기 시간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서울은 서비스센터가 많이 집중된 덕분에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뜻"이라며 황당해 했다.

수입자동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서비스센터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센터 1곳이 처리해야하는 차량 대수는 여전히 4000대가 훌쩍 넘는다. 

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후관리(AS) 서비스 품질은 더욱 빈약해질 전망이다. 

2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입차 총 등록대수는 204만347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기록한 177만3690대보다 15.2%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 상반기에 판매된 수입차는 14만109대로, 전년 동기 11만8152대보다 18.6% 확대됐다.

이처럼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로는 진입장벽이 낮아진데다 국산차와의 가격차이가 크게 좁혀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니즈에 맞춘 다양한 신차 출시도 시장 확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팔려나간 수입차 대수에 비해 AS를 책임지는 서비스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입차 시장 왕좌에 오른 벤츠코리아는 이날 기준 서비스센터 58곳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49곳보다 9곳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판매된 차량은 10만9930대다. 단순 계산으로 9곳의 신규 서비스센터가 담당해야 하는 차량 대수는 1만2215대에 달한다.

누적 판매대수로 살펴봐도 서비스센터 1곳이 취급하는 차량 대수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벤츠는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내수 시장에서 33만3057대를 판매했다. 이를 기준으로 서비스센터 1곳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는 5743대다. 2016년 4554대보다 약 1200대 더 늘었다.

BMW코리아의 현재 서비스센터는 61곳이다. 2016년보다 10곳이 증가하는 동안 9만4192대를 판매했다. 서비스센터 1곳의 취급 차량 대수는 9420대에 이른다.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32만8252대로, 서비스센터 1곳에서 5381대의 차량을 취급해야 한다. 2016년 4590대보다 담당 차량 대수는 800대 가량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 3위인 토요타코리아는 14개의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누적 판매대수는 6만5510대로, 서비스센터 1곳의 담당 대수는 4680대다. 2016년 3789대보다 1000대 가까이 확대됐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서비스센터는 34곳으로, 센터 1곳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는 4459대다. 2016년 4720대보다 300여대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버거운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디젤게이트'로 판매량이 0대를 기록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수입차 브랜드 대다수의 경우, 서비스센터 1곳당 4000~5000대의 차량을 취급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산차 정비센터 1곳이 담당하는 차량이 100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수입차 서비스센터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내수 직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를 결정한 만큼, 수입차 판매는 더욱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업체들의 올해 서비스센터 확장 계획은 최소 2곳에서 최대 6곳에 불과한 만큼, 인프라 개선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업체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서비스센터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판매대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센터 1곳당 적정 대기 차량은 500대 미만이다. 하지만 수입차 특성상 전문 정비사가 필요하고, 센터를 무작정 늘리는 데도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밀려드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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