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2018년 임금·단체협약 투쟁을 결의하는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진 조선업 정상화를 위한 노사 고통분담 필요성이 있는 가운데 하투(夏鬪)시즌을 앞두고 노동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4일 오후 5시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대우조선노조도 일찌감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4%의 찬성률로 파업준비를 마치고 여름철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3년 노사간 마찰이 없었던 삼성중공업도 올해부터 시작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조선 3사에서 전면 파업의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각사의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기본급 인상이다. 먼저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7일 열린 19차 교섭에서 기본급 7만3373원 인상과 250% 달하는 성과급 지급기준 확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노조까지 기본급 투쟁에 가세하는 분위기여서 위기 극복을 위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조선업계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조선업은 수주 산업의 특성으로 재무 안전성이 뒷받침돼야 금융권으로부터 안정적인 자금 조달할 수 있다.

이에 조선 3사는 자구책을 마련해 수년째 실행해오고 있으며 올해도 희망퇴직,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3사의 노조가 일제히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노조가 고통 분담은커녕 거꾸로 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시황개선이 더디다"며 "지난해 4분기까지 이어진 수주 부진으로 인한 누적 적자가 현실이 되면서 2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정규직 노조원은 약 500명으로 하청 지회를 합하면 전체 600여명을 넘는 인원이다. 이에 앞서 해양플랜트 수주가 44개월째 전무한 상태로 880여명은 휴업 중에 있다. 1000여명의 유휴 인력 발생이 예상되는 상태다.

사측은 이번 만큼은 물러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파업을 하루 앞두고 사내소식지를 통해 "작업 방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인사 조치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다. 이와 함께 "파업 참가 여부에 대해서 직원들을 간섭하거나 눈치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노조에 전달했다. 이에  노조는 "회사 측의 파업 방해가 불법"이라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노사도 해법 도출도 불투명하다. 노조가 기본급 4.11% 인상을 포함한 고용안정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거꾸로 임금 10% 반납 등을 통해 자구책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3년만인 지난달 말부터 노사협의회를 열고 임단협에 들어갔지만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측에서 이처럼 고통분담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조선3사 노사도 올해 초 노사간 화합으로 법정관리 위기를 벗어난 STX조선에서 배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난 3월 정부의 중소조선 구조조정 당시 고정비 40% 절감을 위한 대규모 인력감축을 요구한 산업은행의 요구에 맞서 STX조선 노조는 5년 안팎의 무급 휴직과 임금 삭감 등을 감수한 바 있다.

이 결과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유동성 지원이 가능해져 당장 일자리를 잃을 뻔한 2000여명의 근로자들과 회사가 법정관리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노조에 결단에 감사하면서 훌륭한 잡쉐어링의 사례라고 칭했다"며 "조선3사 노조가 귀족노조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만을 요구하는 기존의 투쟁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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