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이른바 '기내식 대란'으로 시작된 '악재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기내식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했지만, 석연찮은 해명으로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켰다. 박 회장은 이 사태에 따른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논란의 불씨는 부실경영 의혹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설상가상 기체결함으로 항공기가 회항하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때아닌 '아시아나항공 인수설'까지 불거지면서 최악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노선이 15일부터 나흘 연속 지연되고 있다. 현재까지 제 때 출발하지 못한 항공편만 8편이다. 이날 역시 오후 12시 프랑크푸르트로 떠날 예정인 OZ541편과 2시40분 LA로 떠날 OZ202편의 출발 시간이 각각 2시간, 3시간씩 늦어질 예정이다.

앞서 15일 오후 12시20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올 예정이던 OZ728편 여객기가 브레이크 계통 고장으로 출발이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이는 연쇄 지연으로 이어졌다. 16일 오후 12시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날 예정이던 OZ541편의 출발이 5시간40분 지연됐다. 같은 날 오후 2시40분 출발 예정이던 인천발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OZ202편은 5시간 40분, 오후 8시40분 출발 예정이던 OZ204편은 3시간 가량 발이 묶였다.

17일에도 오후 12시30분 인천을 떠나 이탈리아 로마로 향할 예정이던 OZ561편은 6시간 미뤄진 오후 7시께서야 출발했다. 미국 뉴욕으로 가는 OZ222편 출발이 10시간 지연되는 것을 비롯해 LA행 OZ202편, 뉴욕행 OZ221편 모두 10시간 가량 출발 시간이 뒤로 밀렸다.

이번 장시간 항공편 지연 사태는 A350·A380의 고장 때문이다. 15일 OZ728편 A350 항공기에서 브레이크 결함이 발견됐고 A380 항공기를 대체 투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제선 운항이 지연됐다. 하지만 대체 투입된 A380에서도 연료 계통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연 대란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항공편 탑승 승객에게 식사쿠폰과 기내면세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TCV)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오후 9시20분께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LA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OZ204편이 타이터 압력 결함으로 회항해 출발 약 7시간 만에 인천공항으로 되돌아 왔다.

항공사 내부에서 지속되는 여객기 고장이 정비인력 부족과 주요 부품 돌려막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사태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논란은 이달 초 불거진 '기내식 대란'에서부터 촉발됐다. 지난 1일 기내식 공급 지연으로 여객기 출발이 지연되거나 기내식이 없는 상태의 '노 밀(No Meal)' 운항이 잇따랐다.

아시아나항공은 15년간 기내식 공급을 담당해 온 LSG와의 계약 연장을 해지하고, 신규 업체인 GGK와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GGK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체 업체에서 기내식을 납품받으려 했지만, 포장·운반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한 것이 기내식 대란의 표면상 원인이다.

박 회장은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면서 "LSG가 원가 공개를 거절했고, 품질 향상을 위해 신규 업체와 기내식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SG는 곧바로 "아시아나항공과의 계약 조선을 모두 준수했고 원가 역시 계약 사항을 적용해왔다"며 "품질상 문제도 전혀 없고, 박 회장의 주장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규 업체인 GGK와 무리하게 계약을 맺은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GGK의 모회사인 하이난그룹이 금호홀딩스의 BW를 1600억원 가량 인수하는 투자 내용을 발표한 시기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지분 확보에 매진하던 시기와 맞물린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박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LSG가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이를 거부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기업·금융범죄 전담 부서인 형사6부에 배당했고, 박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국적의 '브래드 병식 박'이 2004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등기임원(사외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항공법상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임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불법으로,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브래드 병식 박이 2010년 등기임원에서 제외돼 면허 결격사유가 해소됐다"면서 "당시 항공법상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여부가 면허취소 강행 규정이 아니었고, 2014년 결격 사유가 없는 상태서 변경면허가 발급됐다"고 일축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내식 대란으로 부실경영이 도마위에 오르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자산유동화증권(ABS) 6000억원, 은행권 채무 3000억원, 항공기 금융리스 3000억원 등 1조7500억원 규모다.

올 4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수립한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나머지 5000억원 가량의 자금 확보는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 약 3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연일 불거진 논란에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추진하는 아시아나IDT, 에어부산의 상장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되면, ABS 조기 상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게다가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도는 등 글로벌 대형항공사(FSC)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논란을 정리해 나가기 위해 '신뢰 회복 태스크포스(TF)를 새롭게 구성했다"면서 "고객 보상과 항공사 신뢰 회복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들과의 관계도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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