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가 시행을 예고한 '부실시공사 선분양 제한'을 놓고 건설사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선분양 '2년 소급 적용'이 '마녀사냥식 행정'으로 비화 될 수도 있다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9월 14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기점으로 부실시공사에 대한 선분양을 제한하는 주택법 시행규칙을 적용키로 하면서 건설업계가 초비상이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이번 제도를 시행하면서 2년 전 '벌점 데이터'까지 가져와 소급적용하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강경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는 표현을 소급이라고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변경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계 전체 업체 수가 1만7000개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제재 대상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간 건설협회들도 회원사의 벌점 및 행정처분 기록을 관리 중이기 때문에 자료를 확보해 집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규칙에 의하면 부실공사로 2년 평균 벌점이 1점을 넘으면 선분양이 일부 제한된다. 예컨대 평균 벌점이 1~3점이면 아파트 골조공사를 3분의1 마친 후에만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3~5점이면 골조공사가 3분의2를 넘어야 하며, 5~10점은 건물 전체 골조공사가 완료돼야 한다. 평균 벌점이 10점이 넘으면 사용검사 이후 100% 후분양제 적용을 받는다.

건설업계는 우선 이번 제도가 입주민 피해를 막는다는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사한 사유로 영업정지와 벌점 등의 처벌을 받은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이중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소급적용은 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앞서 지난 13일 이번 개정안이 '이중처벌' '소급입법' 등을 금지한 헌법 원칙에 위반된다며 "개정안 시행일 이전 행위로 인한 처분과 토목공사로 인해 받은 처분에 대해선 선분양 제한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정부측에 건의했다.

중견건설사도 비판적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선분양 제한 조치는 자체만으로 해당업체의 수주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벌점 부과를 피하기 위해 개선은 개선대로 하고 다시 또 처벌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LH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후분양을 추진하는 정부가 '부실시공 원인'을 의도적으로 '선분양'에서 찾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실시공의 원인을 선분양으로 연결하는 논리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민간 부문 후분양제는 주택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이중적인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실시공과 하자로 논란이 돼 왔던 해당 건설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토부측이 제재 대상을 소급적용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8월 평택국제대교 붕괴 사고로 국토부로부터 제재조치 명령이 내려진 대림산업과 최근 특별점검 결과 경주시 등 6개 현장에서 철근 시공 누락 등이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이 요청된 부영이 당장 제재조치 대상에 오를 위험이 크다.

GS건설은 최근 포항자이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8월 입주를 앞둔 포항자이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민 카페에서 부실시공 사진을 올리며 GS건설측을 성토하면서 하자·부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포항시가 특별조사단을 파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최다 부실시공에 이어 최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추락사고까지 겪은 포스코건설도 위험 수위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2년간 총 26건의 벌점을 부과 받으며 부과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로 지목된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건설 시공업체가 벌점을 받은 것은 800여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가운데 "실제적으로 100여개 정도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대형 건설사들 대부분 벌점 기업에 포함돼 있어, 건설·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2년간 기록을 쌓아둔 상황에서 칼을 꺼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9월부터 주택 공급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정확한 기준 없는 행정으로 인한 피해 기업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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