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한 사원이 백신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케미칼>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바이오 사업을 둘러싼 화학업계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바이오·화학을 통합하는 LG화학과 떼어내는 SK케미칼의 대조적인 전략이 눈길을 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이 최근 화학 부문과 바이오사업부를 분할해 백신전문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한 반면, LG화학은 구본무 회장 사후 일각에서 제기된 분리설을 일축하며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차이는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는 바이오 시장 선점 전략에 따른 것으로, 가장 후발주자로 이 시장에 뛰어든 SK케미칼은 지난 4일 바이오 사업부를 떼어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신설하는 분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앞서 이번 분할 방안에 대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주도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화학사업과 별개로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야욕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이 개발에 성공한 '스카이조이스터'는 국내외 대상포진 시장을 10여년 넘게 장악해온 다국적 제약사 MSD의 독점 구조를 깨트린 성과로, 의약업계에서도 관심이 지대해 대웅제약과 공동마케팅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 1~5월에만 '스카이조이스터' 판매로 1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이어 올해 안에 국내 시장점유율 50%들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상포진의 글로벌 시장은 약 8900억원으로 추산되며, 전문가들은 10년 내 지금의 두 배 정도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태국을 시작으로 '스카이조스터'의 국가별 등록 요건에 맞춘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백신 도입이 필요한 이머징 마켓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계열 분리로 그룹의 지원을 더는 받을 수는 없게 됐으나 구성원들이 오랬동안 준비해온 작업인 만큼 독립 법인이 해외 시장 공략에는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는 바이오·백신 시장을 놓고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LG화학이 왕성한 투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 사업부문 집중 육성을 위해 LG생명과학을 흡수한 LG화학은 올해도 1조1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미 선발주자로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오며 지난해 백신 판매 매출 가운데 80%를 해외에서 기록했다. B형간염백신 '유박스'는 1996년 국내 최초로 국제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 인증(PQ)을 받아 80여개국 조달시장에 진출한 품목이다.

또 유엔 입찰 시장에서 유박스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데 B형간염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뇌수막염 등을 막는 '유펜타'는 유엔 입찰 시장에서 3년간 매년 300억원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다.

LG화학은 최근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마치고 임상 2상을 진행 중에 있다. 소아마비 백신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소아마비백신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국내 화학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데는 백신이 수출 시장에서 전망이 무엇보다 밝기 때문이다. 전체 백신 생산량 중 절반 이상이 수출되며 바이오의약품 수출 가운데에서도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한편 백신이 개발된 질병은 총 28종인데 이중 국내서 생산하는 백신은 14종에 그치고 있어 연구개발(R&D)을 통해 향후 시장 창출 가능성은 더욱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사업은 막대한 자금과 충분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분리한다는 것은 당초 세웠던 장기적인 성장 계획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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