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산 준대형차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상반기 국산차 판매 1위 성적표가 무색할 정도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넘어갔고, 대부분의 준대형 세단 모델이 노후화 돼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다.

15일 국산차 시장에 따르면 그랜저는 지난 1~6월간 내수 시장에서 5만8468대가 판매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그랜저는 2016년 11월 6세대 신형 모델을 출시한 이후 8개월 연속 월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내수 판매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그랜저의 기세는 올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한 7만2666대와 비교할 때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상반기 판매 2위를 차지한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5만1753대)와의 판매격차는 6715대로, 크지 않다. 특히 싼타페는 2월 말 4세대 모델을 새롭게 투입한 이후 월평균 1만1160대 이상씩 팔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두 차종간 순위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산 준대형차 시장은 부진은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준대형차 모델은 그랜저를 포함해 기아자동차 K7, 르노삼성자동차 SM7, 한국지엠주식회사 임팔라 총 4종이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8만221대로, 전년 동기 10만226대와 비교할 대 23% 감소했다.

올 상반기 K7의 판매량은 1만86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3% 가량 뒷걸음질 쳤다. SM7와 임팔라의 판매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4%, 63.0% 급감한 2228대, 826대에 그쳤다.

준대형차 시장이 축소된 이유로는 SUV 강세를 꼽을 수 있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180만대 규모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1% 감소한 수치다.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SUV 시장은 세단 수요를 뺏으며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모델 노후화와 경쟁력 약화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6년 초 2세대 모델이 출시된 K7은 그 해 월평균 4700여대씩 판매됐다. 이듬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하며 판매 확대를 꾀했지만, 판매량은 월평균 3880여대로 줄었다. 올 들어서는 3110여대로 판매대수는 20% 가량 빠져나갔다.

SM7은 2011년 신형 모델 이후 2014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이후 약 4년간 이렇다 할 변화를 거치지 않았다. 모델 노후화로 2015년 8485대, 2016년 7150대, 2017년 5932대 등 매년 판매 감소폭은 확대되고 있다.

임팔라는 2015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량 수입·판매됐다. 출시 첫 해 5개월 만에 7000대 가까이 판매되며 흥행을 예고했다. 2016년 1만1341대가 팔리며 호실적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2017년 가격을 10% 가량 인상한 여파로 판매량은 70% 감소한 3613대로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올 초 '제너럴모터스(GM)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월판매대수는 140대 밑으로 떨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랜저는 약 2년 간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국산 준대형차 시장을 견인해 왔다"면서 "하지만 그랜저의 힘이 빠지고 있고, 준대형차 대부분 모델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시장 위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디젤게이트로 주춤하던 수입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그랜저의 경쟁 모델인 수입 중형차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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