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일선에 선 여성 경영인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남성이 대부분인 대기업 경영 무대에 선 오너가(家) 여성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낙하산, 갑질 등으로 경영자질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능력과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시적인 실적을 내며 여풍(女風)을 주도하는 인물도 눈에 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장녀 박세진 씨(40)를 금호리조트 상무로 선임한 것과 관련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를 졸업한 박 상무는 이제껏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 참가한 적이 없는 가정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상무직에 직행한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입사라는 지적과 함께 경영 능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게 됐다.

한진그룹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회의 도중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 갑질 논란이 연이어 터지며 유명세 아닌 유명세를 치렀다. 불똥은 가족에까지 확대돼, 이미 몇 년 전 땅콩회황 논란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민 대한항공 부사장이 밀수와 탈세 혐의로 인천본부 세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역시 운전기사 등을 상대로 폭행과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 조사 신세를 졌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파산한 한진해운 구조조정 당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매각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본래 가정주부였던 최 회장은 남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2007년 부회장에 오른 후 이듬해 회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회사가 파산하면서 최 회장 경영능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보해양조 창업주 임광행 회장 손녀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도 경영능력 부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난 2015년 취임한 임 대표는 여타 재벌 3세처럼 공격적 행보를 펼쳤다. 부라더소다, 아홉시반 등 신제품 출시를 밀어붙이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하지만 첫 경영 성적표인 2016년 매출은 1155억원으로 전년보다 6.7% 줄었다. 특히 시장점유율 90%에 달하던 주력상품 잎새주 점유율은 50%까지 폭락했다.

이와는 달리 능력과 경험을 앞세워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여성 경영인도 있다. 이들은 탄탄히 쌓은 실력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그룹 경영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1년부터 호텔신라를 이끌고 있는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을 시작으로 삼성에버랜드 임원 사장을 거쳐 호텔신라 사장에 올랐다. 취임 후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명품 유치에도 박차를 가했다. 2015년에는 세계 1위 면세업체인 DFS를 제치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시계 매장 운영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부터 공을 들인 한옥호텔은 2016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 후 문화재청,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도 잇따라 통과하며 2022년 완공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 완성되면 서울시내에 자리 잡는 첫 한옥호텔이 된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정 사장은 웨스틴 조선호텔 마케팅 담당 상무보와 프로젝트 실장 상무를 거쳐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명함을 달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DF1(향수·화장품, 탑승동 전 품목)·DF5(패션·피혁) 사업권을 모두 따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들이 사드 여파로 투자에 숨을 죽일 때 오히려 명품과 화장품·패션 부분을 추진력 있게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화장품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통업계 최초 여성 CEO로 임명된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도 여풍을 주도하고 있다.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그룹(Exego Group) 등에서 재무업무를 맡으며 경력을 쌓아온 그는 홈플러스에서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아오다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 사장은 퇴근 후 직접 마트를 찾아 홈플러스의 운영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업계 최초의 ‘신선식품 A/S’ 제도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도 시행 후 반품률은 소폭 늘었지만 고객 만족도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서울 목동에 슈퍼마켓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모든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게 꾸며진 ‘홈플러스 스페셜’을 선보였다. 앞서 선보인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은 오픈 후 지난 8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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