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이 자동차부품기업 만도를 중심으로 그룹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한라그룹 본사 전경.<사진출처=한라그룹>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주력 계열사인 ‘만도’ 인수 10년을 맞은 한라그룹이 만도를 중심으로 '과거 영광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인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성과가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 집중 돼 있는 매출 구조와 비자금 조성 논란 등 리스크도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41위 한라그룹을 이끄는 정몽원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동생 정인영의 차남이다. 한라그룹이 범현대가로 불리는 이유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기계를 설립한 한라그룹은 범현대가인 현대자동차 도움으로 1997년 재계 순위 12위까지 성장한다.

하지만 그 해 말 IMF 외환위기가 덮치며 만도기계를 포함한 대부분 계열사가 해체 또는 매각됐다. 만도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라그룹은 2008년 범현대가의 도움으로 만도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정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끌고 있는 KCC가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컨소시엄에 참여해 자금을 댔고 정몽구 회장도 물밑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정몽원 회장은 만도를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국내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한라그룹 매출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주력 제품인 조향·현가·제동장치와 자율주행기술에서 국내 부품회사 중 가장 기술력이 앞선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 핵심으로 꼽히는 ‘ADAS’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만도의 ADAS 매출액 비중은 지난 1분기에 약 6.9%인 930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고급 사양 차종의 급증으로 ADAS 매출액이 더욱 증가해 매출액 비중이 7%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1조4900억원, 6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6%, 17.2%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만도 매출 절반 이상이 현대차에 의존한 ‘외발이 구조’라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만도 매출에서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6%에 달한다. 따라서 현대차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자 만도 실적도 동반 하락했다. 만도는 지난해 약 8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16년(3050억원)대비 대폭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437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감소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 중국 로컬 업체들과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현대와의 거래 비중은 매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매출 편중 구조 탈피를 위해 다방면으로 거래처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 변수가 그룹 재건의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라그룹은 지난 10일 거액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회계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부터 2016년 2월까지 156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매출 원가와 당기 순손실을 부풀리는 식으로 허위 재무제표를 꾸며 공시한 혐의다. 정무현 전 한라그룹 대표와 최병수 전 대표, 회계 담당 이사 이 모씨에게 징역형이 선고됐고 한라그룹에도 벌금 5000만원이 부과됐다.

한라그룹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문재인 정부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4295명(기간제 근로자 52명 포함)이던 만도 직원 수는 3개월 만에 12명(0.3%) 줄었다. 반대로 기간제 근로자는 71명이 늘었다.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 채용은 늘린 셈이다.

한라그룹 측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현대 등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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