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진행된 산별 노사 대표단 상견례 때 은행회관에 모인 금융노조. <사진=금융노조 제공>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집행부가 11일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정작 노조원인 은행직원들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노조 33개 지부대표자는 11일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다음달 7일 조합원 전체 투표를 통해 실제 총파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 12일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산별교섭을 진행했다. 사측 대표단에는 KB국민은행·신한은행·NH농협은행·부산은행·한국감정원 등 5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산별교섭 핵심 안건은 노동시간 단축이었다. 금융노조는 내년 7월로 유예된 은행권 주 52시간제를 올해 7월부터 금융노조에 가입된 사업장에 일괄 조기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국책금융기관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중이다. 그러나 민간 금융기관은 내년 7월로 유예된 탓에 아직 52시간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단일한 산별노조에서 정책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52시간제 시행으로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청년채용을 확대하라는 요구도 했다. 현장 인력이 늘지 않으면 음성적인 ‘그림자 노동’이 만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면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임금인상 4.7%(경제성장률 3%+물가상승률1.7%) △정년‧임금피크제 연장 △휴게시간 보장 △2차 정규직(무기계약직)의 일반 정규직 전환 △기간제 노동자 9개월 이상 근무 시 정규직 전환 △파견 및 용역노동자 계약만료 전 정규직 전환 △노동이사제 도입 △낙하산 인사 금지 등 관치금융 철폐 등을 요구했다.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금융노조는 지난달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결국 중재에 실패하면서 11일 총파업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정작 노조원인 일반 은행원들은 노사간 교섭 및 중노위 중재가 약 3개월 동안 진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내용 때문에 집행부에서 파업을 결의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총파업 결의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시중은행 직원 A씨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어떤 안건을 내놨고, 왜 결렬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은행직원 B씨는 “파업한다는 내용은 기사를 통해 보긴 했다”면서도 “우리 같은 일반 직원들은 이슈화된 52시간제 말고는 어떤 내용으로 교섭하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직원 C씨는 “52시간제야 어차피 가만 놔둬도 내년 7월에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조기도입 문제로 파업까지 가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파업 여부를 두고 다음 달 투표를 할 거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조원 반응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이 워낙 바쁜데다 아직 총파업 홍보가 안돼 있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며 “각 지부를 통해서 앞으로 적극 홍보하고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측에서 52시간제를 연내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예외직무를 터무니없이 제안했다. 정부 정책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아 교섭이 결렬된 것”이라며 “사측은 ‘일·가정 양립’이라는 취지로 접근하기보다는 수익성만 생각하고 있어 전혀 합의를 이룰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총파업을 결의한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간 단축을 전혀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임금인상이나 다른 부분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총파업 때는 2년 전보다 더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2년 전인 2016년 9월 은행권 성과임금제 도입 논란을 두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총파업 집회에 1만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체 은행권 직원 대비 15% 수준이었고, 4대 시중은행 파업 참가율은 3% 내외로 저조했다. 반면 노조 측은 7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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