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벙커링 시스템을 갖춘 싱가포르의 보팩(VOPAK) 터미널. 선박들이 연료를 공급받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청신호와 동시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도 SK이노베이션 상승세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산화물 오염물질 배출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IMO 환경규제 시행을 2년여 앞두고 선박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해운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이면 선령이 20년 이상 되는 노후 선박의 수가 4만6000여척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적으로 교체 대상이 되는 8000~9000여척으로 각 해운사는 스크러버 설치와 저유황 연료 사용을 놓고 치열한 원가 절감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역에서 선박유 수요가 가장 높은 벙커링의 도시"라며 "IMO규제가 1년여 남았지만 미리 테스트 해보려는 선박 회사들이 늘면서 저유황유 이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선박 개조 사업을 진행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지난해의 7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 특히 해상에서 0.1% 기준의 저유황유를 공급해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역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 2013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회사로 싱가포르에서 저유황유를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대형 유조선 저장 탱크에 반제품을 최적 비율로 배합해 저유황유를 공급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7월부터 저유황 제품의 생산을 대폭 늘리기 위해 자회사인 SK에너지에 1조원 가량을 투자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설비를 신설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이 VRDS 설비를 완공하면 일일 3만8000배럴 규모의 저유황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선제적 조치로 물밀듯이 나오는 저유황유 수요의 효과가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최근 18만6500원인 주가 목표를 25만원으로 제시했으며, 국제유가 상승 기조에 힘입어 제조·판매 부분에서 독점적 지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위기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봉쇄에 따른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부문에서 기대 영업이익도 최근 4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인 약 23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유안타증권은 전망했다.

미국의 투자가들도 11월부터 제재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85~100달러, 최고 10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이 낮은 생산비용으로 채취해 가공한 이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 원가는 약 36.2달러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70달러 대에 머무르는 요즘은 셰일광구에서 마진을 남기기 위한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외에도 페루, 베트남 등 각지에서 생산광구를 운영 중에 있다.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사업 생산량 및 수익성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페루에는 원유 생산광구 3곳, LNG 생산공장 1곳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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