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이른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모든 것이 나의 부족한 탓이다"고 사과했다. 박 회장은 모두발언 과정에서 "죄송하다"는 단어만 10여 차례 사용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일정으로)기자회견이 늦어진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다"며 "불행한 일을 당한 협력업체 사장과 유족, 승객과 국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 회장은 가장 먼저 배석 임원들과 함께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 인사를 했다.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박 회장은 "1일부터 많은 (항공기) 편수에 음식을 싣지 못했다"면서 "기내식 납품 업체를 새로운 업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준비가 부족했고, 이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임직원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을 사랑해주시는 고객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15년간 기내식 공급업체를 맡아온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가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LSG코리아는 2003년 기내식 공급을 위해 LSG와 아시아나항공이 8대 2 비율로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박 회장은 "사업에 더 유리한 파트너를 구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라며 "LSG코리아에 수차례에 걸쳐 원가 공개를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LSG와 계약을 연장하려 했지만, 협상도 잘 이뤄지지 않았고 6월 말 파트너 관계가 종료됐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점은 실수라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사장이 사망한 일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직접 계약 관계는 아니지만, 계약 여부를 떠나서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접 계약한 회사가 아니니까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또 "이날 오후 5시 기준 출발 지연 사례는 2건, 노밀 사례는 2건으로 보고됐다"며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업주부인 딸 박세진씨가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한 논란과 관련해 "딸이지만 부족해서 지탄을 받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리조트 분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어 일부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기내식 없는 '노밀(No meal)' 상태로 운항했다.

당초 신규 기내식 공급업체인 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지난 3월 신축 중인 GGK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규모 업체인 샤프도앤코와 3개월 임시 계약을 체결했다.

하루 3000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는 2만~3만식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주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기내식 공급이 지연되고 기내식이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샤프도앤코와 함께 기내식 납품을 준비하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3일 홈페이지에 김수천 사장의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김 사장은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다"며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또 "현재 회사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에게 면세품이나 항공권 등을 살 수 있는 30∼50달러 상당의 상품권(TVC)을 지급하고 있다.

'기내식 대란'이 나흘째 접어든 이날까지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 2000여명은 카카오톡에 익명 채팅방을 만들고 박 회장과 그룹 관련 문제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오는 6일과 8일 이틀에 걸쳐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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