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금속노조 소속의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고 교섭 재개에 나선다.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세운 만큼, 섣불리 파업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노사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파업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간신히 판매 실적을 개선시켰지만, 노조의 파업 여부가 회복세 흐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3일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유보와 교섭 재개를 결정했다.

노조는 2일 전체 조합원 5만417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조합원 4만4782명(투표율 88.82%)이 투표해 3만3084명(재적 대비 65.62%)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자 기준 파업 찬성 인원은 74%에 달한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가 10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만큼, 노조는 당장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오는 10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이고 이후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정했다. 약 2주간의 시간이 남은 만큼, 막판 교섭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노사간 입장차가 첨예한 만큼, 극적인 임협 타결에 대한 업계 안팎의 전망은 밝지 않다.

노사는 지난 5월 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개월간 12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사측과의 임협에서 사측의 일괄 제시안이 부족하다고 판단, 교섭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기본급 인상 요구안은 지난 1월 임단협 교섭 타결로 확정된 지난해 임금인상액(기본급 5만8000원)의 2배다. 또 수당 간소화 임금체계 개선, 조건없는 정년 60세 적용,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또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영세기업과 비정규직에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는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강조하고 있다. 금속노조 임금인상 지침인 7.4%(14만6746원)보다 낮은 5.3%를 요구하되, 차액인 2.1%에 해당하는 3만470원을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기금으로 조성하라고 주장한다.

광주광역시가 제안하고, 현대차가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1000㏄ 미만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이 사업에 2대 주주로 참여해 5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 노조는 사측이 광주형 일자리를 강행하면 임협과 연계해 강력히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금 200%+10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일괄제시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래 30년 동안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4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전개했다. 1987년부터 2016년까지 노조의 전체 파업 일수는 600여일로 추산된다.

노조가 파업을 전개하면 현대차의 올 하반기 경영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수와 해외 판매에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노조가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현대차는 올해 1~6월 동안 내수에서 35만4381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수치다. 연초부터 신형 벨로스터와 신형 싼타페 등 대어급 신차를 대대적으로 투입하며 판매량 확대에 주력한 결과다.

해외시장 판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188만851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완화됐고.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호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 달성한 204만3231대와 비교할 때, 해외 판매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연간 판매목표로 467만5000대를 설정했다. 지난해 목표치 508대보다 약 8%(40만5000대) 위축된 수치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24만2900대로, 목표치의 48%를 채웠다. 노조 파업이 실시되면, 생산 물량 차질에 따른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