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이 미국 오클라호마 석유생산광구 시추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이란 제재로 중동 정세가 시계 제로로 치닫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미국으로 영토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일 에너지·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최근 미국 석유개발 자회사 SK E&P 아메리카에 오는 2020년까지 약 480억 원을 분할 출자하면서, 미국 롱펠로우 셰일 광구 지분 인수를 본격화하고 있다.
 
롱펠로우는 오클라호마 주 스텍(STACK)지역에 위치한 광구다. 또 미국 내에서도 두 번째로 시추수가 많은 지역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광구 인수를 조기에 마무리해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에서의 사업 입지를 굳히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셰일 개발의 역사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2010년 미국인 조지미첼이 수압파쇄 공법을 성공시켜 셰일층에서 가스와 오일이 쏟아지기 시작한 4년 만인 2014년 미국은 일일 원유 생산량이 1100만배럴을 기록하며 사우디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섰다. 이 당시 SK이노베이션은 SK플리머스를 설립해 오클라호마주 그랜트 카운티 및 가필드 광구 운영권을 획득했다.
 
이후 지난 3월 SK E&P 아메리카를 설립해 롱펠로우가 보유한 광구 지분을 4853억원을 출자해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 이번 광구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기타 비용 등 추가자금이 필요해 분할 출자 방식으로 진행된 올해 롱펠로우 인수는 올해 중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플리머스는 그랜트·가필드 생산광구내 108개 유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2700배럴에 해당하는 원유·가스를 생산해 왔는데 여기에 롱펠로우 광구까지 더해지면 총량은 5000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천연가스 개발은 '전통적(컨벤셔널·conventional)' 생산과 '비전통적(언컨벤셔널·unconventional)' 생산으로 구분된다.
 
컨벤셔널 원유·가스 시추 방식이 수직으로 시추해 바로 뽑아 올리는 것이었다면, 언컨벤셔널 방식은 층이 다른 퇴적암(셰일)층에 존재하는 원유·가스를 수직-수평 시추에 이은 수압파쇄로 길을 내 채굴하는 방식이다.
 
수직으로 굴착하는 컨벤셔널은 시추에 성공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성공하면 경제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언컨벤셔널은 원유·가스를 발견할 확률은 높지만, 시추에 앞서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
 
정유업계에서는 배럴당 40~50달러는 돼야 언컨벤셔널에서 손익분기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본격화 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쉽사리 식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지난 30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의 석유생산을 200만 배럴을 늘려달라"고 증산을 요청할 정도여서, 고유가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이 같은 시기 이란에서 한 발 빼며 발빠르게 미국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치고 빠지기식’ 전술로 과거에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현재 이란 제제로 국내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컨덴세이트(초경질유·CSU) 가격 인상이다. 납사(naphtha)의 원료가 되는 컨덴세이트 수출 국가는 카타르와 이란이 유일하다.
 
2015년 이란 경제 해제 당시 카타르가 독점하던 컨덴세이트 시장을 누가 먼저 다변화하느냐가 관건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이미 10~15% 가량을 이란산을 수입해오던 상황이어서 경쟁업체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카타르산과 이란산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관리해온 것에 따른 것으로 이번 미국 투자 확대도 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정유사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먼저 셰일 개발에 뛰어들 때부터 예고된 일"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중동과 미국을 두 축으로 하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발빠른 대응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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