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의하고 있다.<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북한발 훈풍이 약해진 여파로 원화 가치가 위기 신흥국 못지않은 속도로 떨어졌다.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큰 시기여서 정부 당국은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도 하반기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진다.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약 보름간 1,077.2원에서 1,114.5원으로 37.3원 상승했다.

지난달 28일(1,124.2원)까지로 보면 무려 47원이나 뛰었다.지난해 11월 원화가치가 뛸 때보다 빠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14일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높이고, 곧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락되는가 했던 미·중 무역분쟁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후 원화가치 하락률은 3.3%로 위기 신흥국인 아르헨티나(8.3%), 브라질(3.8%) 통화에 이어 가장 컸다.

중국 위안화(3.3%)와 똑같은 움직임을 보였다.태국과 인도네시아(각각 3.0%), 호주(2.4%), 남아공(2.3%) 등이 뒤를 이었다.영국 파운드화도 1.9% 하락했다.

반면 이 기간 6개국 통화를 대상으로 산정한 미 달러화 지수(DXY)는 1.3% 상승했다.

외국인들도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금융감독원 일일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29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1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9조7000억원 순매수였다. 5월 3000억원 순매도에 이어 6월에도 1조3000억원 팔아치웠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 속도가 유달리 빠른 것이나 외국인 주식 매도를 곧바로 한국 경제 불안으로 연결짓는 데는 이견도 있다.

신흥국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에는 뒤늦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 화해 무드가 달러화 강세 영향을 방어했으나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힘이 빠졌다는 분석이다.

신흥국 불안이 본격화된 4월 19일 이래로 원화는 3.6% 하락해서 일본(3.1%), 대만(3.5%)에 이어 하락 폭이 가장 작다. 달러화는 이 기간 5.8% 상승했다.

외환당국도 환율 수준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당장 크게 문제될 정도가 아니라고 보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너무 큰 시기여서다. 금융시장은 작은 소식에도 출렁이는 등 매우 예민한 상태다.

미 금리인상 속도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제재 수위가 어떻게 될지, 그에 따라 세계정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원화가치가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포함해 어떤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안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유동성이 나빠지고 역외에서 자금조달을 늘리면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달부터는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내역이 공개된다.하반기 순 거래액이 내년 3월에 한은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정부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때 시장안정조치를 적절히 한다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지만 아무래도 종전보다 움직임이 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쏠림현상이란 주문이 한쪽 방향으로만 나오고 호가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등 가격 형성 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는 경우"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중순 금통위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하다.

한미 금리역전 폭이 확대된 상황에 G2 무역분쟁으로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처지의 고충이 더 커지면 통화정책을 펼치기가 무척 난감해진다.

세계 교역이 둔화하고 중국으로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기는 어려워지는데 자본유출 걱정 때문에 등 떠밀려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선 당장 이달엔 어렵다면 8월 인상 가능성에 기대감이 조금씩 커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6일자 전망에서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3분기로 앞당겼다.

당초엔 10월로 미뤘었다. 씨티는 한은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에 이어 멕시코, 체코,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신흥국들이 대거 금리 인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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