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6월 러시아에 인도한 쇄빙LNG선. 야말 반도에서 생산되는 LNG를 운반하기 위해 쇄빙과 LNG 운반기능을 동시에 갖춘 세계 최초의 선박으로 척당 3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사진 제공=대우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국 정부가 핵추진 선박 개발을 본격 추진하면서, 선박과 엔진 모든 기술을 갖고도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은 지난 28일부터 '핵추진 쇄빙 및 보급선 건조'와 관련된 기술·서비스 관련 공개입찰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핵추진 쇄빙선 건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러시아 소형 원자로 기술이 기본 동력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쇄빙선 건조에는 각국의 업체가 참여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1993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입해 극지방 연구기지에 물자를 운송하는 설용호를 운용중에 있으며, 자체적으로 건조한 쇄빙선이 없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로부터 얻은 선박·엔진 부문의 경험을 향후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에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번에 개발하는 핵추진 쇄빙선을 북극 항로 개척과 인도주의 구조에 투입할 예정으로, 여기에는 북극 항로를 선제적으로 개척해 해양물류 부문에서의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 깔려 있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소형 원자로 기술을 여전히 연구개발하는 단계"라며 "검증이 안된 엔진을 장착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선박에 장착된 바 있는 러시아의 소형 원자 이용 엔진 모듈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핵그룹이 지난 60여년간의 원전 건설 및 운영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소형원자로를 독자 개발 중이지만,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규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핵추진 쇄빙선은 실제 조선업계에서도 극지를 탐험하는데 있어 연료 공급을 받을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도 없어 차세대 선박으로 주목을 받아온 동시에 기술적 효율성을 검증받은 선종이다.
 
러시아는 구 소련이었던 1950년대부터 핵추진 쇄빙선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9척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상업적 생산에는 한계가 있어 대우조선해양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술을 국내화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선박 제조와 엔진 부문에서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최근 개발한 '소형원자'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승인을 받은 세계 유일의 모듈로 전해지고 있으며, 선박 제조 부문에서도 한국의 쇄빙선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해 러시아에 인도한 쇄빙LNG선은 현재 5조원 상당의 수주 기록을 올리며,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 중에 있다. 푸틴 대통령도 명명식에 참석해 "막연하게 여겨지던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면서 "러시아,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 에너지 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고 극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러정상회담 이후 대우조선이 추가로 15척의 쇄빙LNG선을 수주할 가능성을 송영길 북방경제위원장의 입을 빌려 밝혔지만, 2차 프로젝트부터는 러시아 정부의 기술 국내화 방침에 따라 자국내 조선소에서 생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와 관련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조선소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우조선이 이 조선사에 기술 지원을 하고 있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우리나라 기술은 현재 배에다 엔진을 장착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이라며 "중국이 가지지 못한 핵엔진 기술, 러시아가 가지지 못한 선박 기술 모두가 있지만 핵추진선박 탄생은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