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즐거움도 누리고 돈도 벌 수 있는 취미인 ‘이색 재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돈 되는 취미의 공통점은 희소가치다. 오래전 절판됐거나 수량이 한정된 상품을 잘 보존해뒀다 웃돈을 얹어 되파는 식이다.

급부상한 취미 재테크는 장난감 수집이다. 어린 시절 좋아한 취미를 어른이 돼서도 이어가는 ‘키덜트족’(키드+어덜트)이 주요 소비자다. 지난해 열린 ‘2017 건프라 엑스포’에서는 행사 한정판으로 나온 ‘건담’ 프라모델의 구매자 대기행렬이 온종일 늘어섰다. 소장이 목적인 ‘건담’ 골수팬이 다수였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리셀러’(되팔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인기 품목은 곧바로 온라인 중고시장에 정가보다 50% 비싼 가격에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8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건프라 엑스포 2017'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대형 건담모형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가장 수익성이 높은 장난감 재테크는 레고다. 레고는 판매기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모델은 아무리 잘 팔려도 생산을 중단한다. 종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단종된다고 해서 모든 레고의 가격이 오르진 않는다. 소장가치가 높거나 마니아층이 두터울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특히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가 높다. 2007년 발매된 ‘밀레니엄 팔콘’은 정가가 500달러(약 56만 원)였지만 현재는 보관 상태에 따라 600만~700만 원에 거래된다. 무려 1200%의 수익률이다.

‘레테크(레고+재테크)’란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 10여 년간 레고 재판매 수익률이 주식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주식 수익률은 약 4%에 그친 반면 레고 수익률은 12%를 웃돌았다.

레테크의 핵심은 단종 시 가격이 오를만한 모델을 골라내는 안목을 키우는 것, 그리고 미개봉 상태로 깨끗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포장을 뜯어 사용한 제품과 미개봉 제품의 가격 차이는 10배가 넘을 때도 있다. 확신이 선다면 여러 개를 구매하는 것도 요령이다. 레고 마니아 다수는 취미용으로 한 개, 판매용으로 두세 개를 사둔다고 한다.

오래된 만화책도 뜨고 있다. 1940~60년대에 나온 국내 만화책은 최소 100만 원, 최대 수천만 원에 거래된다. 한정판 피규어(캐릭터 인형)도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3000만 원대에 시세가 형성된다.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茶코너 '다담'에서 이 백화점 직원들이 보이차를 시음하고 있다.[연합뉴스]

차(茶)도 돈이 된다. 일반 차는 오래되면 맛과 향이 퇴색하지만 보이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떫은맛이 사라지고 향기가 진해진다. 고품질 보이차는 kg당 200만~300만 원에 거래된다. 특히 청차(靑茶)는 세월과 함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최상품으로 평가된다.

돈으로 돈을 버는 화폐 수집은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1970년 이전에 주조된 10원짜리는 상태에 따라 수십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오래된 유럽 동전 수집이 취미이자 재테크로 부상했다. 1839년 영국에서 발행된 ‘우나라이온’(Una And The Lion)금화는 개당 가격이 2012년 6만 달러(약 6900만 원)에서 지난해 34만7000 달러(약 3억9600만 원)로 급등했다.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빅토리아 여왕 즉위 후 발행된 금화로 역사성은 물론, 수량도 400개 정도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다.

관상용으로 인기 있는 다육식물 재테크도 있다. 색과 모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요즘에는 특이한 줄무늬나 색깔이 있는 ‘다육금’을 높게 쳐준다. 20만~30만 원대에 어린 다육금을 사서 잘만 키우면 1000만 원 가까이 가격이 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다육식물 재배 농가 모습[연합뉴스]

다만 재배가 어려워 본격적인 돈벌이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초보자라면 1000~2000 원대의 다육식물을 ‘박리다매’식으로 재배하라는 게 전문가들이 조언이다.

오래되면 될 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와인의 경우 ‘와인 재테크’가 이미 오래 전 부터 시작 됐다. 특히 와인은 대중화 되고 더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재테크 영역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소량 생산된 와인이나 위스키도 돈 버는 취미 중 하나다. 15만 원대에 판매됐던 푸카리 2005년산 와인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좋은 와인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하지만, 와인 마니아라면 그 과정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와인 재테크란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구입한 후 일정 기간 와인이 숙성되면 와인을 다시 판매 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와인이나 구매할 수 없다. 와인은 숙성 상태, 원산지 등을 잘 따져 구매해야 한다. 그러므로 와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와인 재테크를 한다. 와인을 구입한 후에도 코르크나 라벨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좋은 와인을 고르는 세심한 안목 또한 필요하다.

와인·주류 전문 박람회 '비넥스포 홍콩 2018'에서 한 직원이 와인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상적인 금전 생활 중 쉽게 지갑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지폐와 동전조차도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희귀 화폐인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며 "레테크, 펫테크 등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이색재테크에 한번쯤 도전해봐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