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제23회 환경의 날 행사 모습.

[이뉴스투데이 강민수 기자]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달부터 스타벅스 매장에 등장한 안내 문구다. 여타 업체들도 비슷한 취지의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28일 잠실 지역에 위치한 국내 유명 커피숍 6곳을 방문해보니, 어느 곳을 가든 매장 안에서 테이크 아웃 잔을 올려놓은 테이블이 다수 보였다. 금세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이들 뿐 아니라 아예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목적으로 책과 노트북을 펴놓은 이들조차 테이크 아웃 잔을 두고 있었다. 

한 커피전문점 매장 직원은 "막상 테이크 아웃 잔을 매장 안에서 사용하는 고객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달라'고 안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금세 나갈거라고 대답하기 일쑤고  큰 소리를 내고 화를 내는 고객도 다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16개 커피전문점·5개 패스트푸드 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일회용컵 사용 감축을 위한 친환경 캠페인을 이달부터 실시했다. 텀블러 사용에 따른 혜택과 머그컵 등 다회용컵 우선 제공 등 내용이 골자다. 

시행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현장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관련 업체들은 그야말로 '우왕좌왕' 하고 있다. 적극 권유는 없고 '테이크아웃잔 드릴까요?, 머그컵 괜찮으세요'라는 형식적인 말만 되풀이 되고 있었다. 

또 다른 커피 전문점 매니저는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처벌하는 것도 아닌데 편리한 것을 찾지 않겠냐"며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름에는 일회용잔 선호도가 더 커서 머그컵 사용 전환효과는 10%도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강민수 기자>

소비자들은 환경보존을 위한 정부 취지를 공감하지만, 일회용컵 사용이 훨씬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겁고 짐이 되는 텀블러 보다 간편한 일회용컵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김희영(가명, 여)씨는 "사실 환경보존이 중요한건 맞고, 정부 취지도 좋다"면서 "하지만 텀블러 들고 다니려면 번거롭고, 여자들은 텀블러가 들어가지 않는 작은 백을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남자들은 아예 가방 안 드는 사람도 많지 않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우민(가명, 남)씨는 "머그컵을 사용하면 무겁기도 하고 테이블에 놓았을 때 깨질까봐 무섭기도 하다"며 "사실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자리를 떠야할 상황도 있는데, 버리고 갈수도 없다. 그렇다고 일회용컵 달라기에는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커피숍에서는 텀블러를 가지고 방문하면 200원 또는 300원 할인해 준다고 명시돼 있었다"며 "300원 할인받자고 텀블러 가지고 다니는 사람 없을 것 같다. 커피 팔면 돈도 많이 남는다는데 1000원 정도 할인해 주면 생각해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소비자들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일방적 시행 공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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