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이 생각보다 상당히 내부적으로 적자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며 “두 분기 적자가 났지만 내부적으로 견딜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김종갑 한전 사장이 "한전은 내부적으로 위기가 아니다"면서도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사장은 26일 세종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이 생각보다 상당히 내부적으로 적자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며 “두 분기 적자가 났지만 내부적으로 견딜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력공기업 수장의 이 같은 인식은 한전 내부 관계자들과 유관업계 종사자들의 인식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예방 정비가 길어져 가동률이 떨어지고 연료비가 오르면서 최근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 1294억원 영업손실을 낸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276억원의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한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상황 인식과 별개로 “내부적으로 적자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는 그의 발언은 한전의 적자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의 다음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김 사장은 이어 “오후 11시~오전 9시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전기료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심야 전기 소비가 49%를 차지하는데 경부하 요금이라고 하는 표현이 잘못됐다. 잘못된 소비 행태를 고쳐 가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은 경부하 요금이 적용되는 심야에 전기 사용량의 54%를 쓰고 있다”며 “중소기업보다 16% 싸게 전기를 쓰고 있는 셈인데 형평성 차원에서도 이런 구조는 안 맞다”고 덧붙였다.

요금 체계가 바뀌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은 낮 시간대 전력을 사용한 반면 대기업이 사용한 전력의 절반 이상이 심야의 경부하 시간대였다. 현대제철, 포스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화학, OCI 등 전력 다소비 기업들이 경부하 요금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에너지공기업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전기료를 인상하거나 전력공기업에 전기를 판매하는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반드시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김 사장이 “아직 버틸만하다“며 세간에 떠도는 한전 재정 위기설을 일축시키려 했지만 '산업용 심야전기료 인상’을 예고하면서 되레 재정 위기와 전기료 인상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한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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