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를 이끌 경제수석이 교체됐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초점은 이 정부의 정책브랜드인 ‘소득주도성장’에 기조적 변화가 있을 것인가이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사브리핑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임 실장은 신임 윤종원 수석에 대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힘 있게 실행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했다. 이 말대로라면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임 실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경제수석을 왜 교체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임 홍장표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의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한한 그보다 더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그런 홍 전 수석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한발 물러나게 했다면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다. 최소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데 있어 속도라도 조절하지 않을까 싶다.

변화를 예상하는 또 다른 근거는 신임 윤 수석의 캐릭터이다. 기획재정부 OB들이 들려주는 얘기에 따르면 윤 수석은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에 매우 비판적 태도를 취해 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2003년 말 LG카드의 유동성 위기 사태가 벌어지자 재정경제부는 산업은행 자금을 지원해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이 회생방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재경부는 대통령 경제보좌관실에 파견근무 중이던 윤종원 행정관이 회생방안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윤 행정관의 입장은 오히려 더 강경했다. “실패한 기업의 처리는 시장에 맡겨야지 왜 자꾸 정부가 나서서 살리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의 소신은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 때도 발휘돼 금융당국이 회사채 발행을 허용하는데 애를 먹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수석을 두고 ‘원리주의적 시장경제론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슬람의 과격 원리주의자들에게 빗댄 평이다. 

그의 경력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IMF(국제통화기금)와의 인연이다. 그는 공직생활 중 세 차례에 걸쳐 IMF에서 근무했다. 이코노미스트(1997~2000년), 선임자문관(2006~2008년), 상임이사(2015~2018년) 등을 역임했다. 이 같은 경력을 통해 세계경제를 두루 살펴본 경험은 시장경제원칙에 대한 그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이 됐을 법하다.

그의 또 다른 캐릭터는 자신감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2009년 초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배석했던 간부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간담회 때부터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이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인 것을 느꼈던 윤 장관이 물었다. “자네는 표정이 왜 그래? 나한테 뭐 할 말 있나?” 윤 국장이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네, 장관님께서 기자들에게 잘못 알고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서요.” 같이 탔던 다른 간부들은 찔끔했지만 정작 윤 국장은 태연히 지적질(?)을 이어나갔다.

윤 전 장관은 카리스마가 강한 걸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런 장관에게 한참 후배인 일개 국장이, 그것도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裏)에 “이건 장관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라고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에피소드만으로 윤 수석이 향후 경제정책에 어떤 변화를 갖고 올지 예단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그가 정권 내에서의 대세에 휩쓸려 자신의 소신에 어긋나는 정책에 동조하는 일을 없을 것 같다. 지난 1년간 경제정책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치달아왔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기만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그의 역할에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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