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CES)에서 리차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대표는 “2018년 하반기까지 애플을 따라잡고 스마트폰 2위 사업자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자국 내에서 점유율을 높이던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전세계 다수의 매니아층을 확보한 애플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에 대해 ‘짝퉁폰’이라는 인식이 있던 시기에 화웨이의 이런 각오는 다소 무리한 도전처럼 보였다. 당시(2016년 1분기)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살펴보면 화웨이는 8.5%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였다. 삼성전자는 23.8%, 애플은 15.1%로 격차가 큰 편이었다. 

올해 1분기 SA가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22.6%, 15.1%로 정체됐다. 그 사이 화웨이는 11.4%로 2년새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애플을 잡겠다”는 화웨이의 각오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6월과 7월 두 달 동안 애플을 뛰어넘고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화웨이의 각오는 좁은 격차의 추월이 아닌 애플을 완전히 따돌리고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당초 저가 스마트폰으로 출발해 점유율을 넓혀갔다. 화웨이는 이를 기반으로 2013년부터 플래그십 브랜드인 메이트와 P를 런칭했다. 2015년 말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은 699유로(약 87만원)의 메이트8이었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6S와 6S플러스를 공개했다. 2015년 10월 출시된 아이폰6S와 6S플러스는 출시 3일만에 1300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화웨이는 2년 사이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이트와 P시리즈를 중심으로 기술 발전에 집중했다. 화웨이가 올해 초 출시한 메이트10프로에는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칩셋인 기린970이 탑재됐다. 기린970은 화웨이의 첫 AI칩셋이다.

올해 3월말 공개한 프리미엄폰 P20프로는 세계 최초로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해 외신과 전문가들에게 찬사를 얻었다. 프랑스 카메라 분석기관 DxO마크는 화웨이 P20프로의 카메라 성능에 대해 삼성전자 갤럭시S9플러스보다 높은 평가를 내렸다. 당시 갤럭시S9는 카메라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P20과 P20프로는 출시 후 중국과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케빈 호 화웨이 핸드셋부문 대표는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에 참석해 “P20과 P20프로의 출하량이 10주만에 600만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호 대표는 “출하량은 전작 P10에 비해 81% 늘었다”며 “중국 내에서는 63%, 해외에서는 150%”라고 전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높은 가격에 고스펙으로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정체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P20의 이같은 판매량은 놀라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아이폰X.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정체기가 있었다. 2016년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와 전략 스마트폰인 아이폰7, 7플러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이때가지도 무난한 성적을 거뒀으나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8과 아이폰X, X플러스는 “혁신이 부족하다”는 악평을 들으며 실패했다. 

아이폰X의 핵심기능으로 손꼽혔던 페이스ID는 출시 후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많은 외신과 리뷰어들은 페이스ID를 뚫는 모습을 공개해 보안에 대한 이의도 제기했다. 

또 이 사이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애플은 이 사건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소송을 당했으며 이 사건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도 양 측의 분위기는 크게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올 하반기 메이트10의 후속작인 메이트20을 공개할 예정이다. 외신들의 추측에 따르면 메이트20은 후면 카메라 렌즈가 4개가 달린 쿼드러플 카메라에 기린97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기린980과 5G 통신이 가능한 기린1020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또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공개하겠다고 선포한 폴더블폰 역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하반기 6.5인치 아이폰 신작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맥루머스는 애널리스트 궈 밍치의 말을 인용해 올 하반기 아이폰9가 공개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밖에 아이폰X의 업그레이드 모델 3종이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애플이 전세계 두터운 매니아층을 바탕으로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화웨이의 혁신에 대응할 신작을 내놓지 못하면 리차드 유의 공언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리차드 유는 2016년 CES 직후 2월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5년 안에 삼성전자를 잡고 스마트폰 1위에 오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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