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현 G&C Factory 전략파트너

일전에 몇 개 스타트업의 대표들과 함께 해외 진출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대표들은 한결같이 국내 투자가들은 너무 보수적이고 까다롭고 아무런 이유 없이 딴지를 잘 거는데 사업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저런 지적하는 게 많아 답답하다고 했다.

실제로 벤처투자가(VC)들이 스타트업들 몇 군데와 피칭을 듣고 의견을 주는 자리에 가보면 상당히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질문도 질문이라기보다는 거의 힐난조도 많고 무례하기도 하고 마치 이미 사업에 대해 다 파악한 듯 매우 권위적인 태도로 대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사업에 대해 더 이해하고 사업이 안될 것 같으면 왜 안 될 것 같은지를 정확히 지적해주면 차라리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될 텐데 그것도 아니고 그저 비꼬는 식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왜 저러지 라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그런데 투자가들만 나쁘다고 비판하고 멈춘다면 자기 발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는 물론 섭섭한 점도 있고 상처가 될 만한 일도 적지는 않겠지만, 만약 투자가들이 지적한 게 도움이 되는지를 한번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국내 투자가들이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거기서 멈춘다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데 차라리 해외에서 받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놀란 적이 있다. 왜냐하면, 해외에서 투자를 받는 게 마치 쉬운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다.

과연 그럴까. 한 스타트업 대표가 해외 투자를 받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해 같이 얘기를 나눈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미 상품이나 서비스가 론칭이 되었는데 매출이 거의 없다고 하거나 마케팅/세일즈 전략도 전무하고 실제로 영업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일회성이 적지 않고 구체적인 마케팅/세일즈에 대한 활동이 매우 저조하다. 인력도 개발인력 위주로만 되어 있고 그렇다고 회사가 철저한 테크 회사도 아닌데 사업다운 사업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해외투자를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국내 투자가들에게 질렸다고 불평을 해왔다. 그런데 해외 투자가들은 왜 더 잘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해외에서 투자 유치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해외투자가들을 만나보면 현실은 그렇게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사안에 따라 국내보다 해외투자가들이 더 대범하게 하는 투자하는 때도 있지만 지나치게 일반화를 시켜서는 안 될 것 같다.

한국 스타트업 일부를 도와 해외 투자사들이나 해외투자가들을 만나보면 사실 한국에서 물어보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이 일정하게라도 있는지 물어오는데 이유는 매출의 액수를 크기도 중요하지만, 매출 자체가 있다는 것을 체크한다.

이는 미국의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Y-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 중 한 가지가 매출이기 때문이다.

제품/서비스가 완성되어 시장에 내놓은 지 몇 년이 지났어도 매출액이 너무 적거나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상황의 스타트업이라면 영업력이 정말 나쁘거나 운이 억수로 없거나 혹은 최악에는 시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버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해외 투자가가 매력을 느낄 리가 없다.

프랑스의 유명한 투자사 파트너를 만나서 들은 얘기가 매우 와 닿는다. 프랑스나 유럽에도 이미 스타트업들이 넘치고 또 넘치는데 한국에까지 가서 한국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한다는 게 다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투자를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영국의 한 유명한 투자가가 한국에 와서 대표적인 한국 스타트업 기업 약 10군데 정도의 피칭을 들은 후 남긴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영국 투자사 대표는 “소개받은 제품이나 상품, 서비스 등에 대해서 잘 이해를 했고 기술력도 어느 정도 있다는 건 알겠는데 안타깝게도 오늘 지갑을 열어 투자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며 " 가령 여러분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유사한 제품들을 이미 설치해서 사용하는 수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하여 여러분의 제품으로 대체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마케팅/세일즈 전략도 없고 그저 달랑 제품이나 서비스만 갖고 혁신적이기 때문에 알아서 팔릴 거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여러분은 투자를 받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덜란드 투자가가 한 한국 스타트업의 피칭을 들은 후 10억을 투자할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투자를 안 하겠다며 첫째, 비즈니스 모델이 불분명하고, 둘째, 매출이 2년간 사업을 한 것치고는 부진하고, 셋째로는 돈 버는 것보다는 연구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투자가가 지향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목표와 다를 경우에는 어느 쪽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서로 안 맞는 것일 뿐이므로 새롭게 찾아보면 될 것이다.

해외투자가라고 해서 그렇게 너그럽고 정말 아이디어만 혁신적이면 무조건 투자하는 그런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상당 부분, 첫째로는 시장성이 전혀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돈도 별로 없지만, 돈을 잘 활용 못한다는 것, 셋째로는 팀원들이 다양하지 못하거나 시너지를 잘 못 내고 있고 넷째로는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과대평가 그로 인한 경쟁사들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혁신성이 있으나 품질이 떨어져 사용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 등이다.

바꿔 말하면 해외투자가들이 보는 것도 당장 돈을 많이 벌고 있느냐 여부만이 아니라 사업성이 뛰어나서 향후 어느 정도 이 회사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전망이 안 보이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고 이는 국내든 국외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투자가 잘 안 되는 것을 무조건 투자가들만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사업이 정말 시장성이 있고 사업 수익성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신문에 나오는 스타트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성공 사례들을 보면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 미국 실리콘 밸리로 진출했다든가 혹은 한국 정부가 주는 자금으로 미국 한인 교포가 미국 법인을 통해 투자를 받으면 마치 실리콘 밸리의 유명 투자가들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한 걸로 잘못 나오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에 나오는 실리콘 밸리에 진출했다 이런 내용들을 자세히 보고 직접 그 스타트업에 대한 실상을 알아보면 사실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 그 돈을 갖고 미국 실리콘 밸리에 사무실을 내고 현지 직원 몇 명 뽑아 사업 좀 벌이다가 그냥 접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해외에서 투자 받은 것으로 오인하게 되는데 해외에서 투자받는 게 한국에서 투자받는 것보다 더 쉽다는 환상은 갖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어떤 한국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한국 스타트업 A의 경우 한국에서 이미 여러 고객사를 확보했고 실제로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한국에서 투자도 유치해낸 상황이었다.

이 회사가 가진 상품의 시장성도 이미 증명이 되었고 그 기술력 또한 크게 인정받았다. 이 스타트업을 해외 투자가들에게 소개할 때 다른 한국 스타트업들 즉 아직 시장성이 증명되지 않았고 비즈니스 모델도 명확하지 않고 기술력 또한 그다지 차별화되지 못한 곳들도 함께 소개했으나 해외 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진 곳은 딱 한 군데 스타트업 A뿐이었다.

그리고 그 해외 투자가들이 교섭하는 과정에서 요청해온 것도 보면 국내 투자사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실제 고객사가 있다면 계약서 사본을 달라는 것이고 실제 한국 유명 투자사들로부터 투자받은 게 맞는다면 자신들이 더욱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기술력 검증 및 특허 여부, 회사의 재무 상태 등을 꼼꼼히 보고 교섭을 마쳤다.

만약 위의 상황 중 흠결이 있었다면 해외 투자가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겠으나 다행히 성실하게 국내에서 사업을 제대로 해온 스타트업 A에게 해외 투자가들은 신뢰를 가졌고 결국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솔직하게 자문을 해봐야 한다. 자신이 하는 사업이 정말 수익성과 시장성이 있는지, 팀원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 사업이 당장은 미진해도 정말 장래성이 있는 지 여부, 매출을 내고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 획기적인 마케팅/영업 전략 등에 있어 부족함이 없는지 말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투자가들을 만나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나가는 것으로 미래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정말로 사업성이나 시장성을 투자가들이 못 알아보고 독설을 쏟는 경우도 많고 실제로는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인데도 착각들 해서 엄청난 금액들을 투자하는 때도 종종 있고 하여 투자가들의 지적이나 독설이 무조건 옳으니 감내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적절한 것을 지적해도 스스로가 자존심 문제로만 돌리고 자신의 스타트업이 사실상 시장성이나 수익성이 정말 없는데도 스스로 알아볼 수가 없다면 그것은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해외 투자에 대한 환상을 갖기 전에 자신의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보고 완제품이 있다면 마케팅/영업 전략을 확실히 짜서 돈 버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서 투자 제안들이 들어올 것이지만 이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 잘 타고 들어가야 빠른 결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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