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대선 후보자 시절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주택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의 보유세 인상 움직임에 강남 등 인기지역 부동산 소유자는 '웃는' 반면 다주택자들은 '울상'이다.

26일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방식의 보유세 인상안을 내놨지만,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집값 하락은 없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지방의 비인기 부동산을 보유한 다주택자들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초안을 공개한 보유세 개편안의 골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는 방법으로 다주택자들을 잡겠다는 이른바 '표적 증세'다.
 
이번 정책은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기지역인 서울과 비인기지역은 수요-공급이 작동하는 원리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은 만성적 공급 부족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항상 우위에 있다.

특히 강남 부동산 소유자들은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결국엔 수요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을 알고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을 부를 때까지 매물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다.

이와는 정반대로 지방의 비인기 부동산 보유자들은 살 사람이 없어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게 보통이다. 결과적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할 경우 집을 팔아서 늘어난 세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때도 벌어져, 제도시행 직후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6만7000여건으로 지난 5년 평균치보다 25%나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의 주택매매는 지난해보다 60%가까이 급감한 1600건에 불과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거래절벽을 맞은 지방의 부동산과는 달리 강남의 경우 팔려는 사람은 먼저 나오지 않는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매수 문의도 꾸준히 이어져 다주택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상대적으로 커져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정개혁틀별위원회는 현재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차등 과세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논리로, 세금 인상분 만큼 인기 부동산의 자산 가치는 상승할 전망이다.

양도세 중과 이후에도 강남구의 경우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가 100건 내외로 집계되는 상태에서도 수요가 끊이지 않아 압구정·청담 등 알짜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양상이다. 

반면 보유세만큼의 부가가치 창출이나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없는 비인기 지역의 부동산은 강도 높은 재건축 규제에도 불구하고 '감가상각 열외' 지역으로 통하는 강남과는 전혀 다른 형편이다. 이미 수요자들의 눈길은 오래된 주택보다는 신규 분양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구 주택보다는 신규 분양시장으로 수요가 이전하거나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세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 채'나 인기지역으로 다주택자의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현일 한국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을 거둬 집값을 인위적으로 평준화시키려 하려는 정책이 거꾸로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커지게 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서민 주거안정과 임차인 보호 정책에 초첨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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