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한국자산경영포럼 창립식 및 심포지엄에서 축사 및 개회사를 하고 있는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사진=국가경영전략연구원 제공>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대한민국은 투자하는 데만 관심이 많지,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영‧관리하는 데는 무관심합니다.”

22일 한국자산경영포럼(KAMF)의 창립식 및 기념 심포지엄 행사장에서 만난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68)은 이렇게 말했다.

최 원장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재학 중에 제 10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면서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이후 △제4대 건설교통부 차관 △기획예산처 차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을 거쳐 제11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포럼의 임시 대표를 맡고 있다. 앞으로 포럼은 산업, 학계 등의 자산경영 전문가들로 공동대표단을 꾸릴 예정이다.

최 원장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연구위원들은 지난 2년 동안 효율적인 자산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한다. 특히 국가 공공기관의 자산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최 원장은 “민간기업은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이 곧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그나마 자산관리를 잘 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그런데 국가기관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만 관심이 있고 현재 자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지에는 열의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예산처에서 일할 때도 보면 도로를 깔거나 건물을 짓겠다고 할 때는 로비도 많이 들어오고 열심히 준비해서 옵니다. 그런데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을 들고 올 때는 해당 공무원조차 별로 예산을 따내가 위해 노력하지 않아요.”

그 이유가 뭘까? 최 원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이런 사업을 했다’라고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 같다”며 “새로운 사업을 벌여야 생색내기가 가능하지 ‘유지보수를 잘 했다’라고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국가자산 규모는 1경 3078조원에 달한다. 이 중 생산자산은 5713조원이며, 매년 평균 5.8%씩 늘어나고 있다.

최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생산자산 측면에서 보면 더 이상 새로 무언가를 짓고, 만드는 것보다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조금만 돈을 들여 유지보수를 하면 더 오랫동안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지보수에 관심을 쏟으면 예산도 상당히 아낄 수 있고 불의의 사고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예로 들었다.

건설교통부 장관 출신 최종찬 원장은 "생색내기, 보여주기식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유지, 보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배승희 기자>

최 원장은 “공사를 발주할 때도 기획에서부터 완공, 유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A안으로 시작하게 되면 초기비용은 비싸지만 유지 및 관리를 하는 데 돈이 적게 들 수 있습니다. B안은 초기비용이 싸지만 앞으로 많은 보수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A안을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옳은 일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업을 진행할 때 무조건 초기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방안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는 “자산을 최적화된 방법으로 경영하는 것도 하나의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자산경영포럼이 우리나라 자산경영의 선진화를 위한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자산경영의 모범 사례로 영국을 들었다. 그는 “영국은 생산성 향상에 관심이 많은 나라”라며 “1970년대부터 테로테크놀로지(Terotechnology)라는 이름으로 자산경영에 대한 기초 체계를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테로테크놀로지는 기계 및 장치의 △설치 △시운전 △보전 △교환 △철거 등의 전 과정의 설계와 운전시에 발생하는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해, 실무적으로 완전무결한 것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학문을 뜻한다.

최 원장은 “이후 영국은 1990년대부터 실물자산경영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효과적인 실물자산경영을 위한 규제지관들을 설치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제부터라도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들과 이야기 해 보면 공기업에서도 자산경영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실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국가기관 종사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포럼이 자산경영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밑바탕이 되어 앞으로 국가적으로 관련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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