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9월 12일 한수원 월성발전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원전 지역주민 간담회'에서 "과거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재공론화를 통해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재 탈원전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진퇴양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 ‘에너지전환(원전)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의 후속조치다.

후속조치의 골자는 가동 중이던 경주 월성1호기를 폐쇄하고, 부지 매입 단계에 있던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취소한 것이다. 월성1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결정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면 2년 뒤인 2019년 해체된다. 월성1호기는 지난해 영구 폐쇄한 고리1호기에 이어 두 번째 폐로 원전이 된다.

신규 원전인 영덕 천지1‧2호기는 한수원이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을 해제 신청하면 관계부처 협의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가 해제키로 했다. 이미 18.9% 매수한 토지는 예정구역 해제 고시 후 매각이 추진된다. 삼척 대진1‧2호기도 천지1‧2호기와 동일한 절차를 거쳐 해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이 과감한 선제적 조치로 에너지 정책과 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먼저 이번 원전 조치가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동의 절차가 생략된데 대해 원전 종사자들과 국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신고리5·6호기는 공론화를 거쳤으나 원전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은 제대로 된 공적인 논의나 절차 없이 정부의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수원이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월성1호기와 신규 원전 4기 현안을 기습 처리한 것은 법률·제도적 권한을 현저하게 넘어서는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법치 시행과 공정 사회 실현을 요구하는 촛불 정신으로 탄생했다”며 “이번 조치는 정부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전 폐쇄와 예상외 비용 증가로 약 1조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산업협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7000억원을 들여 새로 만든 원전을 통째로 날리면서 매몰비용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한 적자 발생은 고스란히 모회사인 한국전력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전단가가 원자력에 약 두 배인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발전이 월성1호기를 대체할 경우 1년에 3000억 가량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측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전력 수급에 구멍이 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월성1호기는 2022년 11월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조기 폐쇄됐다. 고리5‧6호기는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됐지만 신규 원전 4기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 가뜩이나 현재 원전 24기 중 정비 명목으로 8기가 가동 중단되며 원전 가동률은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50% 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원전을 통한 전력 수급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탈원전 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까지 약 10기가 추가 폐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전력 수급에 손실이 생기면서 ‘전기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민관 위원으로 구성된 정부 워킹그룹은 이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수립을 위해 산업용 전기료 개편 관련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원자력 발전 축소하면서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가스 발전을 늘려 전기요금 인상이 불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국내 원전 축소로 원전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축적된 원전 기술력을 동원해 원전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종결은 탈원전을 가속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원자력 산업계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해외 신규 원전 수주는 물론 이미 완공 단계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바라카 원전 운전 수행도 보장하기 어려워지는 연쇄적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탈원전과 원전수출을 병행하겠다”는 한수원의 발언이 애초 실현 불가능한 모순적인 주장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축적된 국내 기술력을 가진 고급 원전 인력과 납품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으로 국내 고급 원전 인력의 해외 유출이 불가피해지고 그동안 원전에 펌프, 밸브 등을 납품하던 중소기업 2000여 곳에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에너지전환 후속조치에서 원전 안전 및 해체를 위한 원자력 전공자 채용 비율을 늘린다는 앞뒤 안 맞는 후속대책이 담긴 것은 정부의 인력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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