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침 8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용역 노동자들이 피켓을 목에 걸고 농성 중이다. 이들은 "산업은행이 우리를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배승희 기자>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19일 아침 8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목에 팻말을 걸고 서있었다.

팻말에는 “비리온상 자회사로 노동자는 배고프다” “일방적인 자회사강요 산업은행 각성하라” “허울뿐인 정규직화, 자회사가 웬 말이냐”는 등 산업은행을 규탄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산업은행에서 경비, 시설, 미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의미를 묻자 “산업은행이 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달라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들은 ‘두레비즈’라는 용역업체 소속이다. 이 회사는 산업은행 임직원 모임인 ‘산은행우회’가 2005년 6월 3일 6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 했다. 지분 100% 모두 산은행우회가 갖고 있다.

용역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 전체 용역 직원 500여명 중 다수가 두레비즈 소속”이라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규직 직원들을 위해 두레비즈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도 용역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2015년부터 지적돼온 사항이다. 2015년 6월 17일 민병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두레비즈 및 그 자회사 두레파트너즈와 2008년부터 7년간 123건의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630억 2600만원을 지급했다.

민 의원은 “산업은행 임직원은 공무원이 아니지만 뇌물죄나 직권남용의 경우 공무원에 준해 처벌받을 정도로 청렴성이 요구되는 신분”이라며 “이러한 영리업무에 개입하는 행위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로 금융당국이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다. 김영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레비즈가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재취업해 있는 도로‧발전 관련 회사들과 총 77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두레비즈는 당시 일부 용역계약 경쟁에는 입찰하지도 않고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김영주 의원은 “산은이 이제는 여신 기업에 낙하산도 모자라 전현직 직원들이 공모해 자기 뱃속 채우기를 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용역 노조 관계자는 “미화의 경우 하루 노동시간 중 3.5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계산해서 무급처리 하기 때문에 실제 노동시간을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두레비즈에서 남은 잉여금은 용역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산업은행 정규직 직원들의 몫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는 두레비즈 말고 새로운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름만 달라질 뿐 처우가 개선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우리를 직접 고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용역 노동자들이 원하는 대로 전부 들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절충안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레비즈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맡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건물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협상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약 13회 가량 모여서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직의 규모, 업무특성을 감안해 은행이 직접 고용할지, 자회사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고용할지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까지 무기한으로 협의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합의에 이르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