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현 G&C Factory 전략파트너

한국의 대표적인 치킨브랜드중 하나인 A 치킨.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열열한 지지자다. 한국에 있을 때는 거의 매주 한 번은 최소한 주문해서 먹을 만큼 맛이 있어서 사실상 팬 중에 팬이다.

너무 맛난 A 치킨을 보면 우리 한국사람들만 먹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해외에 이를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 실제로  A 치킨은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결과는 안타깝지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왜일까.

맥도날드나 KFC 등 미국스러운 제품들이 해외에서 잘 해나가고 있듯이 A 치킨도 해외에 나가서 한국 고유의 맛으로 승부를 보면 잘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우리가 잘 알면서도 자주 놓치는 '현지화'에 실패했다. 동남아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 KFC가 아주 잘 나간다. KFC도 인도네시아에서 현지화에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후라이드 치킨과 밥을 먹지 않는 편이다. 사실 필자도 후라이드 치킨을 밥과 먹은 적이 없어 처음에는 이 메뉴에 거부감이 들었다.

태국에서 과일이라고 생각한 망고를 찹쌀밥과 먹기 전 선뜻 호감이 안 갔던 것과 같다. 막상 먹어보면 이 '망고 위드 스틱끼 라이스(망고 찹쌀밥)'는 천재적 발상에 가까울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칠리소스와 KFC 치킨 한 조각을 밥과 먹어보니 먹을 만 했다. 현지인에게 있어 KFC 한두 조각은 싼 것만은 아니라서 조각으로 팔면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저렴하게 밥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후라이드 치킨 자체에 지나치게 소스를 일방적으로 칠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칠리소스나 후추 등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후라이드 치킨의 맛은 평이했다.

점심·저녁 시간이 되면 자카르타 KFC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현지화에 맞춘 단순한 전략인 듯 하지만  효과적이라서 KFC의 인기는 치킨 중에서는 최고인 듯하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브랜드 A 치킨의 인도네시아 현지화는 어떨까. 현지 고객에게 들어본 바로는 그리 썩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

먼저 A 치킨의 메뉴를 보면 용어부터 전혀 현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정이라는 명칭부터 시작해서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매운맛을 좋아하여 다양한 고추 소스인 삼발(Sambal)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고객들에게 달착지근한 허니 치킨이라든가 맵지도 않은 치킨 떡볶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고객들은 입을 모은다.

소스들이 이미 다 발라져 있어 고객이 스스로 맞춰서 삼발을 쳐서 먹기도 애매하고 매운맛이라고 한 메뉴도 맵지 않거나 혹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원하는 종류의 매운맛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서 히트 친 맛이지만 현지에서는 특별한 소스의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지만, 같이 먹었던 현지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현지인은 지나치게 가공된 치킨 맛보다는 가볍게 요리된 후 고객이 직접 소스로 맛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이 더 좋다고들 했다.

결국, 현지인에게 별로 어필을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양에 비해 비싼 편이다. 맛만 통한다면 조금 비싼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차별화조차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이 A 치킨의 문제다. 타겟으로 삼는 고객층이 돈 좀 있는 이들만 겨냥하기에는 현지에서 치킨은 대중식이지 특별한 프리미엄 식은 아니다.

일반 대중이 매일 가볍게 먹는 먹거리이다. 그런 대다수 고객을 내팽개치고 프리미엄으로 승부를 보려면 그만큼 특별해야 할 텐데 실제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A 치킨은 현지에서 호응도가 크다고 하기 어렵다. A 치킨 레스토랑만 가봐도 손님들이 주변에 있는 다른 한국식당 브랜드 B와 비교가 될 정도이다. B 한국식당은 현지에서 한국음식 K-food로 자리를 잡았고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화려한 매출만큼 실수익이 나고 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손님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B 식당은 치킨만 파는 것은 아니라서 A 치킨과 직접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현지화 부분에서 많은 연구로 나름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현지 한류의 인기를 제대로 탔을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지인의 입맛을 다양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A 치킨이 해외에서 잘 안되는 이유를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인도네시아 현지화를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조금 더 현지 고객의 입맛과 KFC 및 A&W에 대한 벤치마킹을 해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 치킨은 현지에서 KFC와 경쟁도 안될 뿐더러 현지 치킨 업체와도 경쟁이 안되고 있어 K-food로 한국 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다.

해외에 나갈 때 우리는 현지화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KFC가 중국에서 성공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인다.

현지에서 현지화되고 차별화된 메뉴도 별로 안 보인다. 그래서 A 치킨이 과연 해외 진출에 대해 정말 고심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많이 든다.

이랜드가 중국 시장 진출할 때 들인 만큼 A 치킨도 철저한 현지화 노력을 기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와 공부를 더 했으면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사례를 보면서 스타트업들이 꼭 고민해봐야할 부분이 바로 현지화이다. 국내에서 잘 되면 해외에서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지화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 진출을 노릴 때 쉽게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지파트너들을 제대로 찾고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적용이 절실한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현지의 니즈와 기호 및 특수한 변수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기본기에 충실하자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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