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의 원료가 되는 펄프가 2016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해 제지업계 불황이 예측됐다. 한솔제지와 무림은 각자 방식으로 이익을 강화했지만, 한국제지는 적자전환해 타격을 입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신승엽 기자] 국내 제지업계 ‘빅3’가 올해 1분기 실적을 두고 차이를 보이고 있다. 펄프가격 상승에도 한솔제지와 무림그룹 실적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제지는 뒷걸음 치고 있어서다. 펄프가격 변동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사업 차별화에 따른 희비로도 해석된다. 

17일 제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는 지난해까지 실적이 저조했다. 지난해 한솔의 영업이익은 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44.6% 감소했다. 한국제지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8% 하락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종이 원료인 펄프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줄어든 상황이다. 무림은 펄프 생산공장을 가진 특수한 조건에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7.9% 올랐다.

빅3의 영업이익 부진 요인은 펄프가격 상승이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인도네시아산 활엽수(BHK)로 제작된 펄프는 올해 2월 기준 톤당 95만8187원(895달러)을 기록했고, 5월 현재는 96만8893원(905달러) 수준이다.

주요 수입처 중 하나인 캐나다도 상황은 비슷하다. 캐나다산 침엽수(BSK)는 2016년 평균가 75만4914원(705달러)에서, 지난해 톤당 88만2339원(824달러)으로 17% 상승했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109만7467원(1025달러)까지 올랐다.

한솔과 무림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 실적이 상승했다. 

한솔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한 477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13% 늘어난 222억원을 기록했다. 한솔제지의 1분기 실적 확대는 글로벌 고지(폐지)소비량이 감소로 인한 가격 하락이 작용했다. 세계 폐지 수입량 1위인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폐지 수입이 늘어나 국내 폐지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솔은 이 폐지로 산업용지(종이포장 용지 등)를 제작한다. 한솔의 산업용지 사업 비중은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4772억원)의 25%(1218억원) 수준이다. 

한솔 관계자는 “회사의 이번 1분기 실적은 예상 밖의 깜짝 실적”이라며 “중국 정부의 폐지 수입 규제 강화로 인해 소비량이 감소했고, 그 영향으로 산업용지 부문의 원재료 부담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무림은 펄프값 인상으로 펄프 생산공장을 가진 P&P가 수혜를 봤다. P&P는 1분기 매출액 1589억8900만원을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9.9%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42억4600만원으로 전년보다 341.6%나 올랐다.

무림은 제지업계 빅3 중 유일하게 펄프 생산공장을 보유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목재칩을 수입해 펄프를 제작한다. 펄프는 2차 가공품이고 목재칩은 1차 가공품이다. 목재칩은 전년 동기 톤당 20만5000원에서 올해 1분기 17만9000원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생산된 펄프는 국내·외로 판매됐고, 이를 통해 수익이 강화됐다. 지난해 기준 P&P는 43만7150톤의 펄프를 생산했다. 이 펄프들은 국내·외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펄프값이 상승하면 무림의 수익도 함께 올랐다.

무림 관계자는 “무림은 국내 제지업계 중 유일하게 펄프 생산공장을 보유했고, 이 같은 점이 영업익 부문에서 크게 반영됐다”면서 “다만 펄프가는 심하게 요동치기 때문에 하반기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솔과 무림의 호실적과 달리 한국제지는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제지 1분기 매출액은 1805억788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올랐다. 하지만 45억3825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제지는 인쇄용지(백상지, 아트지, 복사지, 특수지 등)제조 및 판매 등이 주요사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사업 비중에서 비도공지(백상지, 중질지, 복사지, 기타특수지) 58%, 도공지(아트지, 가공특수지) 39%를 각각 차지했다. 인쇄용지가 펄프가 생산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림은 펄프값 인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한국제지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 일반용지 생산이 아닌 고부가가치 중심 지종 구조로 재편 중이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현재 펄프가 고공행진이 어느 정도 멈춘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추가 펄프가를 예견하기 어렵지만, 현재 펄프값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펄프가격이 요동치면서 업체들에 영향을 끼쳤다”며 “펄프값이 현재 상승을 멈춘 상황이고 시장변화에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아직은 쉽게 전망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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