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사장(사진 왼쪽)이 지난 11일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대우건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지난 7년 4번의 매각 실패를 거듭해온 대우건설이 새 사장을 만나면서 국내건설업계 3위에 걸맞는 야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 최근 취임한 김형 사장은 한 주 동안 각 부서로부터 업무를 보고를 받고, 내주부터 본격적인 경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된 뒤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넘어갔지만 그룹 유동성 위기로 짧은 동거를 마치고 2011년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들어섰다.

하지만 기업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올해 초 호반건설이 참여한 인수전에서도 매각이 무산되며,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는데 이 같은 '독이든 성배'를 받아 든 전문경영인이 김형 사장이다.

김 사장은 국내외 건설·토목 현장에서 33년의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거치며 각사의 굵직한 숙원 사업을 성공시킨 에이스라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노하우를 중시하는 산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회사, 임직원들이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회사,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건설 본연의 내재적 기술을 바탕으로 무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김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앞서 김 사장을 대우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의혹을 직접 만나 해명하는 등 노조와의 갈등도 무난히 해결하는 소통 능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우건설 상당수 임직원들이 '정통 대우맨' 출신이어서 조직내부에 어떻게 스며들어가 하나를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임직원들은 산업은행이 2011년 재인수한 이후 산은 출신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려보낸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따라서 김 사장이 산은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 것도 향후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산업은행이 향후 2~3년 이내 대우건설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와 관련해 '기업가치 상승'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대우건설 부채비율은 272%로 전년에 비해 92.8% 감소했지 시공능력 30위권 건설사가 보유한 평균 부채비율 145%를 크게 웃돌았다. 이와 함께 최근 유동성 비율도 크게 악화돼 현금성 자산 규모가 96.1%로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져 "재무건전성 확보가 앞으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에 김 사장은 정부의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국내외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향후 모든 사업에서 단순 도급은 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디벨로퍼'로 거듭나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디벨로퍼'란 건설업자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사업형태로 국내 건설사가 해외건설에서 진행중인 설계·조달·시공 일괄발주(EPC)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내건설사들 가운데 해외건설시장에서 디벨로퍼로 활약하는 대표적인 회사는 SK건설로 터키의 '차나칼레 최장 현수교 프로젝트', '유라시아 해저 터널 공사',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선설 공사'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 2012년 베트남 정부의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개발에 디벨로퍼로 참여해 최근까지 1000여세대를 분양한 경험을 가졌다.

기획 제안형 투자개발사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이 걸린다. 반면 시작부터 끝까지 사업은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속 수주가 가능하며 저가 수주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김 사장은 '스타레이크 신도시' 프로젝트를 모범 사례로 언급하며 "입찰·수행 전 단계에 걸친 리스크 강화와 원가절감, 수행 프로세스 역량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의 요소는 없는지 직접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인 없는 7년의 세월을 겪어온 대우건설이 야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SK건설에 이러 대우건설까지 디벨로퍼로 나서 2사 체제가 된다면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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