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최유희 기자] “시끄럽고 빌딩이 많은 도시에서는 고요함을 가진 공간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아름다움은 절제돼 있지만 존재감이 강력한 조선백자 달항아리처럼.”

41년 만에 서울 용산구로 돌아온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치퍼필드는 “뷰티 회사인 만큼 설계 당시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고민했다”며 “백자 달항아리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치퍼필드는 설계에 있어 건물 외관 뿐 아니라 작업 공간과 사회적 공간으로서 고민을 함께 했다고 한다. 또한 어떻게 해야 서울 도시 전경에 이바지 할 수 있을지, 회사 이념을 잘 드러내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지 등을 고민했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역시 독일 베를린에서 치퍼필드와 첫 만남에서 “직원들이 회사를 작업공간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위계질서 없는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부적으로는 주민들을 끌어들이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열려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서경배 회장의 요청에 따라 치퍼필드가 생각해낸 묘수는 ‘로지아’와 ‘한옥의 중정(ㅁ)’을 접목한 루프 가든을 배치한 것이다.

개방적이면서도 한쪽에 벽이 없는 복도 ‘로지아’를 응용해 5, 7, 11층은 (ㄷ)모양으로 만들고 이 비워진 공간에 루프 가든을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5층에 위치한 루프 가든에서 (사진 왼쪽부터)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가 △헤럴드 뮐러 전무 △크리스토프 펠거 디자인디렉터 △한스 크라우제 상무 △토마스 피치니 프로젝트 리더가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최유희 기자>

이 3곳의 루프 가든이 있어 임직원들은 건물 내 어느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원하는 층으로 이동해서 바로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치퍼필드는 한옥 중정을 연상시키는 건물 속 정원 등 한국 전통 가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소들을 신본사 곳곳에 반영,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건축물을 설계했다.

신 회장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요구처럼 지하 1층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연결된다.

또한 △오설록 1979 △이니스프리 그린카페 등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보유한 카페 브랜드뿐 아니라 △퓨전한식 △분식 △수제맥주 △네일샵 △안경샵 등이 자리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내부 전경 <사진=이태구 기자>

이와 관련 치퍼필드는 “북적북적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접했다”며 “이 공간이 사람들을 부드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는 2004년 8월부터 짓기 시작해 지난해 10월에서야 완공됐다. 지하 7층과 지상 22층으로 된 큐브 형태를 취했다. 연면적 18만8902.07㎡(약 5만7150평) 규모이며 7000여명이 함께 근무할 수 있다.

1층은 △미술관 △전시도록 도서관을 비롯한 문화공간, 2~3층은 △대강당 △어린이집 등 공용 문화 공간, 5층은 △직원용 식당 △카페 △피트니스 센터 △여성 휴게실 등으로 이뤄진 임직원 전용 복지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6~22층은 △사내 세브란스 병원 등과 함께 오피스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편 치퍼필드는 1953년 영국 런던 출생으로 지난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건축사무소를 설립한 이래 30여 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대표작으로 독일 마르마흐 암 네카어 지역의 현대문학박물관이 있다. 이 건물로 지난 2007년 건축계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는 스털링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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