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가 12조5000억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자, 증권사가 이자놀이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리스크 관리를 경고하는 등 안전한 거래로 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남북경협주에 투자해보고 싶었다. 주위에서 경협주로 차익을 실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이미 많이 올라있는 주식을 구매할 자금이 없었다. 또 한 종목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마침 그는 직장동료에게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A씨는 증권사를 찾아 5000만원을 5.9%의 금리로 빌려 남북경협주 주식을 취득했다.

빚내서 주식을 매매하는 신용거래융자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자 증권사들이 이자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9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2조57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73억원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치다. 1월 2일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9조8935억원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2조6825억원이 급증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2647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6조3113억원이 신용융자로 거래됐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하는 거래방식이다. 대출금으로 주식을 구매한 뒤, 시세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나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거래 기법이다.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나자 증권사가 거둬들이는 이자수익도 상승했다.

9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20개 증권사의 신용공여이자수익은 4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991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37.4%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18조5000억원 규모의 예탁증권담보대출 이자수익도 포함됐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가 이자수익으로 686억원을 거두며 1위에 올랐다. 이어 △KB증권 416억원 △한국투자증권 415억원 △삼성증권 377억원 △NH투자증권 37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래에셋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7.2% 증가한 이자수익을 거두며 부수입으로 여겨지던 이자수익을 주 수입원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1분기 순영업수익 가운데 이자손익 배당 비중이 25%에 달했다.

더욱이 9월부터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게 신용공여 한도가 기존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이자 수익의 급증이 예상된다. 증권사가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사는 이 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자본시장법 제72조에 명시된 합법적인 거래 방식이다. 또 금융투자업규정에 의해 증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규모, 보증금률, 담보유지비율 등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안정성도 보장된다.

하지만 역시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신용공여 한도, 이자율, 대출 기간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는 이 부분을 두고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대출을 권유해 이자를 챙기는 영업방식을 선택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신용거래융자에 대한 각 증권사의 이자율은 서로 다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신용거래융자 금리 현황'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7.5%(1~15거래일 기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7.4%에 이르는 금리를 받는다.

이어 △KB증권 6.5% △미래에셋대우 6% △삼성증권 5.9% △NH투자증권 5.9% △신한금융투자 4.4%(이하 1~15거래일 기준) 등이 신용거래융자 금리로 책정됐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는 합법적인 거래 방식 중 하나이니 만큼 증권사는 고객이 선택한 거래 방법을 막을 권리가 없다"며 "하지만 급증하는 신용거래융자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고 각 증권사는 금리를 높이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고객에게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워낙 시장이 과열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의 표면금리는 증권사 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이 7.5%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투가 4.4%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금리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은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뉴스투데이DB>

실제로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에 사용되는 한도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고객에게 간접적인 리스크 관리 신호를 보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0일 약정한도를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1~4등급 20억원→10억원 △5~7등급 10억원→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4일 신용공여 가능한도를 △신규약정고객 20억원→1억원 △기존약정고객 20억원→3억원으로 줄였다.

한국투자증권은 25개 종목에 대해 신용대출이 불가하다고 고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대량으로 나타나고 있는 종목은 최근 한반도 훈풍을 타고 상승하고 있는 남북경협테마주다.

남북경협테마주 63종목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은 89%를 상회했다. 지난 달 한때 개인 투자자 비중은 90.9%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비중은 9.5%에 달했다. 시장 전체 신용거래융자 비중이 6.05%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남북경협주가 과열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본래 신용거래융자는 시장 상황에 매우 민감한 거래방식이라 장이 좋지 않을 때는 잔액이 아예 없을 때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장세가 워낙 좋다보니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여도 고객의 수요는 줄지 않는 상황이어서 증권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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