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현 G&C Factory 전략파트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모두 마친 후 짐을 찾고 나니 새벽 2시. 물론 택시가 있지만, 왠지 바가지를 씌울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이전에 내려받아 놓은 현지 공유차량 앱 ‘고젝(Go-Jek)’을 연다. 그 중 ‘고카(Go-Car)’ 즉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한 후 비용을 예상해볼 수 있고 곧바로 주문하자 10분 만에 차량이 왔다.

택시의 경우 얼마나 나올지 예상을 할 수도 없고 재수 없게 바가지 씌우는 택시운전사라도 만날까 두렵지만 고젝은 미리 내야 할 가격을 알 수 있고 미리 가는 경로도 알 수 있어 안심이다.

대중교통이 덜 발달한 곳에서 그리고 시간제한 등이 있는 곳에서 공유차량은 정말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즉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만 도움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같은 거리를 가는데 현지 강자인 공유차량 ‘그랩(Grab)’을 사용할 때 택시와 거의 5배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택시의 경우 너무 비쌌고 그랩의 경우 탑승 때부터 비용이 정해져 있어 믿고 이용할 수 있었다. 너무 황당하여 그 이후 늘 그랩을 사용하곤 했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교통체증이 두렵다. 저녁 6시경이 되면 평일에는 거의 차량에 갇혀 2시간을 꼬박 보내는 경우조차 있을 정도이다. 교통체증 없을 때 30분이면 갈 곳을 2시간 넘게 가야 하는 것이다.

이때 다시 ‘고젝(Go-Jek)’을 열어 ‘고젝 오토바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면 차량들 사이로 유연하게 교통체증을 극복하고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공유차량의 힘을 실감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동남아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물론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이 너무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반면에 우리나라에는 공유차량서비스가 없는지 아쉬울 때가 많다. 왜냐하면, 옵션이 한정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인도네시아의 공유차량 서비스 ‘고젝’도 초기에 현지에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에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공유차량 서비스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규제가 시행되기 24시간 이전에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트위터로 이미 대중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는 편리한 서비스를 규제로 묶는 것은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밝히며 시행을 막았다.

 ‘고젝’ 및 ‘그랩’ 등 공유차량 서비스가 살아남았다. 혁신의 승리였다. 이후 현지에서는 택시조차도 ‘고젝’ 서비스에 가입하여 일하고 있을 정도로 ‘고젝’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즉 바꿔 말하면 정당성을 잃은 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며 이로 인해 공유차량 서비스는 불법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유니콘 기업을 길러내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젝’은 공유차량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각종 배달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함으로써 일반대중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집 안 청소, 이삿짐 배달, 온라인쇼핑 제품 배달, 마사지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미 대중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만약 규제로 이를 다 막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니콘 기업이 될 뻔한 혁신적인 현지 스타트업의 새싹을 잘라버렸다는 것 외에도 일반 대중들의 생활은 크게 불편했을 것이다.

현재 ‘고젝’은 인도네시아 대표적 유니콘 기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동남아 시장 전역에서 강자인 그랩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

이러한 추세가 너무 반가운 것은 단순히 동남아 자생 스타트업들의 진일보한 모습 때문만이 아니라 이들을 통해 현지 삶의 질이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고젝과 그랩의 경쟁을 통해 동남아 각지에서는 다양한 혁신의 실험이 이뤄질 것이고 이를 통해 더욱 양질의 서비스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와중에 더욱 많은 혁신적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미 현지에서는 이들 서비스 덕분에 하루하루가 아주 편리해지고 있다.

고젝에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는 현지 오토바이 운전자들 수만 해도 거의 40만명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일반대중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외에도 이들 오토바이 운전자들 역시 손쉽게 고객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고젝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직업 창출 및 고객 유치 등 모든 점에서 큰 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혁신이란 첨단 기술력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아무리 기가 막힌 기술이라도 결국 우리 삶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우리 삶의 문제점을 해결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미 더는 혁신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고젝과 그랩이 갖는 공유경제의 의미가 참으로 크다. 한국의 경우 규제가 혁신을 때려잡는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나와서 모르는 이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규제가 혁신을 짓밟는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왜일까. 우리는 늘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 정도라면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현재 가는 방향으로 보면 우리가 과연 계속하여 발전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

규제란 왜 존재하는 걸까. 정말 형평성의 문제 때문에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기존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정말 자문을 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즉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혁신이라는 것이 나오려면 빨리 규제부터 손을 봐야 한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규제 때문에 발전을 못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다양한 실험이 처음부터 규제로 인해 막혀 버린다면 우리는 전 세계 혁신의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발전해야 맞는데 지금 우리는 구태의연한 규제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것은 과거 모든 것에 대한 답이 있을 때 열심히 모방하여 일궈낸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는 우리가 선두주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규제로 혁신을 때려잡고 있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불법이라고 막는다면 정말 불법인 걸까. 불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환호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그것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규제가 정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합법이지만 정당성을 잃을 때도 있는 것처럼 잘못된 규제는 마치 악법처럼 정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스타트업들의 혁신이라는 것은 거의 정치에서는 쿠데타나 다름없을 만큼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때 규제로 때려잡는다고 하여 그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당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우리는 불법이냐 아니냐 여부만 갖고 따져 볼 것이 아니라 이 혁신이 정당성을 갖췄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규제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조선시대 말기 세상의 변화에 눈을 감아 버리고 쇄국주의 정책을 펼쳐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잡았던 것처럼 우리는 현재 혁신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안 눈을 질끈 감고 규제로 모든 것을 막기만 하면 다 가라앉을 것처럼 잘못 믿고 있는 듯하다.

정치적 혁명이 늘 반대에 부딪히고 불법으로 규정되지만, 정당성을 갖췄을 때 사실상 나중에 이들이 옳았다고 증명되듯이 혁신은 거의 혁명에 가까우리만큼 기득권을 가진 기업들에게 큰 도전이 되기 마련이다.

이때 힘이 더 센 기득권을 가진 기업들이나 이해관계자에게만 유리하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불리한 규제가 혁신을 억누른다면 규제라는 틀을 가져 합법으로 보이겠으나 사실상 이미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에서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빨리 바꾸고 혁신의 흐름을 빨리 키워나가야 한다. 정부가 직접 액셀러레이팅을 하거나 인큐베이팅을 하는데 끼어들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부분을 밀어줘야 한다.

정치인들도 스타트업들과 사진만 찍을 게 아니며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인공지능 등 운운하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혁신을 위한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규제가 기득권을 가진 기업이나 이익그룹에만 득이 되고 정말 혁신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억누르는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악법이고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정당성을 갖춘 규제로 빨리 발돋움을 할 때가 되었다.

음식을 주메뉴로 하고 술을 곁가지로 주문하면 합법이지만 술이 본 메뉴가 되고 음식이 곁가지가 되면 불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규제부터 시작하여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오프라인 규제를 적용하여 불법적인 사업으로 만들어버리는가 하면 헬스케어에서 의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부분도 의사 면허증이 없으면 불법이 되는 등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즉 정당성을 잃은 규제들이 합법이라는 탈을 쓰고 사실상 혁신을 억누르며 한국을 혁신의 흐름에서 뒤처지게 하고 있다.

부디 정당성을 잃은 규제를 빨리 손보고 정당성과 합법성을 합치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 당장 몇몇 이익단체들로부터 불평을 들을지는 모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혁명적인 혁신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모르쇠로 일관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전 세계 혁신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는 후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또다시 후발주자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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