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자동차 선적부두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글로벌 물동량 증가세와 달리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제조업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한국을 거쳐 오가는 화물은 증가하는데, 국내산 수출량은 줄어드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수출은 510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3% 증가하고, 수입도 443억달러로 12.6%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호황기에 있는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의 단가 상승으로 인한 것으로 물동량 통계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해양수산부가 조사한 지난 4월 전국 항만 물동량에 따르면 환적화물은 3월 대비 증가한 96만 7000TEU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수출입화물은 2.4% 감소한 86만9000TEU에 머물러 국내총생산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결과 중국(7.3%)과 미국(9.1%) 일본(1.5%) 순으로 주요 수출입국과의 교역이 감소했다.
 
환적화물이란 비행기 환승여객처럼 목적지가 아닌 특정 항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화물을 가리킨다. 따라서 당해 국가에서 제조돼 항구를 빠져 나가는 화물만이 수출로 기록된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자동차와 선박의 수출이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4.7% 감소한 13억 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20.4%), 캐나다(-1.3%), 사우디(-68.5%) 등 주요 수출국과의 교역 부진에 따른 것으로, 주요 제조업이 무너지는 가운데 산업별·부문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도 교역 조건 악화되면서 수출가격이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1.6%에 이어 마이너스 2.2%로 악화됐다. 또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해 785억 달러보다 축소된 669억 달러 내외에 머물 전망이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의 고용 둔화로 취업자수도 지난달 11만2000명과 크게 차이 없는 12만3000명에 그쳤다. KDI는 “자동차 및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 고용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유발효과가 높은 소비 관련 서비스업 경기도 침체기”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DI는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9%와 2.7%를 제시하며 마지노선인 3%대 성장이 끝내 무너졌음을 알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안정성이 높은 산업들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은 자동차·반도체 부문에서라도 제조업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원화 강세도 이 같은 부진을 이끄는 한 요인으로 통한다. 김 교수는 "외환시장 공개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모든 국민에게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경제학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 경쟁국들은 제조업 살리기를 위한 국가적 계획을 잡고 실행 중에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해오고 있으며 일본과 독일도 '인더스트리4.0' 플랜을 펼치며 제조업 지키기에 정부가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비상상황을 나타내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우리 정부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선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혁신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더욱 분발해 달라"고 경제팀을 독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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