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을 위한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김영주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여용준 기자]노동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새 근로기준법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최대 노동시간을 1주 52시간으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시간 단축제도 시행과 관련 “한국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열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국민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25일 "노동시간 단축이 차질 없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주52시간 조기도입 대비 근로시간 단축방안 '박차'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은행권 근무시간 단축 조기도입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행연합회>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3차 산별 중앙교섭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조기도입에는 다들 공감은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별건"이라면서도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들은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의 조기 도입에 대비해 근무시간 단축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관련 법상 주 52시간제를 내년에 도입하면 되지만 올해부터 시행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현재 금융산업의 산별 교섭 안건으로 조기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정 부분 노사간 이견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공감하고있어 조기 도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미 김도진 행장의 지시로 지난 3월 꾸린 '근로시간 단축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주 52시간의 7월 도입을 목표로 관련 방안을 준비 중이다.우선 현재 운영 중인 시차 출퇴근제에서 오전 7시 30분∼10시인 출근 가능 시간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근무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고, 부서별 사정에 따른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추진한다.이렇게 해도 주 52시간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PC 오프(OFF)'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주 40시간(하루 8시간×5일)을 초과하는 추가 근로시간 한도인 12시간을 PC 오프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다음달 말까지 모든 영업점과 본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하반기에 전면 도입한다.

김도진 행장은 "일하는 시간과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야근이 우대받지 못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TF 구성을 지시했다고 기업은행이 전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18일 '통쾌한 지우개 TF'를 구성, 업무 효율성을 높여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TF는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고, 금융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추가해야 할 업무도 아울러 검토하기로 했다.3개월 내 단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과제를 먼저 해결하고 이어 시스템 업그레이드, 채널 신설 등 장기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도 TF를 꾸려 야근이 잦거나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일부 직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에 나섰다.해당 직무는 인천공항 소재 영업점과 일요일 영업점 증 특수영업점, 어음교환, 정보기술(IT) 상황실 등이다.

KB국민은행은 주 52시간 조기 도입과 관련해 내부 검토에 들어갔고, 우리은행은 TF를 구성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업무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PC오프제 도입을 추진하고 가정의 날 등 정시 퇴근문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산별교섭 안건으로 주 52시간 조기 도입안은 논의 중이다.

노사는 최근 열린 대표단 교섭에서 은행별 근무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조기 도입에 공감했다.단, 구체적인 실행방안에서 노사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조기 도입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하다.

은행 본점의 일부 부서와 공항 내 점포 등 특수점포를 제외하고는 현행 근무시간이 주 52시간 안에 들어간 점도 낙관론의 배경으로 꼽힌다.

사실상 은행권 임직원 상당수가 현재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단, 일부 부서와 점포에서 주 52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리거나 새로운 근무 형태를 도입해야 하는 등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주 52시간을 준수할 수 있는 부서는 올해부터 주 52시간을 시행하되 IT 등 일부 부서는 추후에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시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영업점은 주 52시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당장 24시간 돌아가는 전산이나 트레이딩 관련 부서는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기 도입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ICT업계 “산업 특수성 고려한 제도 보완” 호소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축소되면서 IT업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연구·개발과 유지·보수직이 많은 업계 특성상 유연한 적용과 관리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동통신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전산 네트워크 운영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을 주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한 가운데 이통사들의 고객 영업용 전산망의 영업시간 축소를 두고 업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리점 모습. [연합뉴스]

현재 이통사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고객 가입용 전산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으나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될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을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과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고객 상담이 가장 많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운영을 하지 않을 경우 고객 불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연구·개발직이 많은 전자업계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더라도 단시간에 연구인력으로 투입하기 어려워 채용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근로시간을 줄이는 이유는 그만큼 인력을 더 채용하라는 의도일 것”이라며 “하지만 연구·개발직은 숙련된 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 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출시시기에 맞춰 소위 ‘크런치모드’(밤샘근무)를 진행하던 게임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탄력근무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대형 게임사의 경우 탄력근무제 도입과 추가 인력 채용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자금과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은 이같은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출시일에 맞춰 오류가 없도록 점검을 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집중하는 ‘크런치모드’가 불가피하다”며 “무작정 시간을 단축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아직 기간이 남은 만큼 조율 중에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통합(SI)기업들의 경우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네트워크망 유지·보수직의 경우 갑작스런 장애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측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네트워크망의 유지·보수를 맡고 긴급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산정을 두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SI기업들로 구성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IT서비스산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SI기업과 함께 소프트웨어(SW) 업계 역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SW산업협회는 30일 정부에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보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협회는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 제도 적용 기간을 확대해줄 것과 △공공서비스나 국가안보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스템 장애 대응 업무의 경우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줄 것 △계약 대상자의 초과근무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발주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요청했다.

SW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위축이 발생되지 않도록 제도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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