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딥체인지(Deep Change, 사업구조근본 혁신)라는 혁신엔진을 앞세우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에너지·화학업계 중심축에 선 회사다.
정유3사 가운데 지난 2016년 첫 3조 영업이익 클럽에 진입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도 매출 46조8265억원, 영업이익 3조2343억원 실적을 기록하며 3년 연속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고(故)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석유에서 섬유까지’를 선포하고 정유·석유화학·필름·원사·섬유에 이르는 생산 체제 구축에 매진한 데 이어, 최태원 회장은 이 같은 역량을 이어 받아 근본적인 구조 혁신에 박차를가하고 있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은 기업 가치를 30조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배터리와 화학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정기주총에서 "배터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필요하면 다른 사업들도 성장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기존에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함께 담당하던 ‘B&I사업’을 ‘배터리 사업’과 ‘소재사업’으로 분리해 CEO 직속 사업 조직으로 나눠 경영 전문성을 높였다.
1980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무너져가던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해 정유·석유화학·필름·원사·섬유에 이르는 생산 체제를 구축한 SK는 2011년 그룹 차원에서 석유 이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제2의 수직계열화에 나섰다.
SK그룹이 가스전을 개척하면 SK건설이 해외플랜트를 만들고, 여기서 생산된 LNG가스를 SK해운이 SK E&S가 운용하는 복합화력발전소로 운송해 이들 발전기의 연료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실제 2010년 말부터 SK에너지, SK E&S, SK해운, SK건설 등 계열사들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SK
E&S가 국내 최초로 셰일가스(shale gas)를 연료로 사용하는 상업 발전을 시작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발(發) 셰일혁명'을 일찌감치 예감했던 SK그룹은 2013년부터 현지 LNG터미널을 수십 차례 방문해 셰일가스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동시에 2005년부터 인도네시아 탕구(Tangguh) 천연가스전으로부터 연간 50만~60만톤 규모의 물량을 직도입해 오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연간 80만톤의 호주 고르곤(Gorgon)의 천연가스도 추가될 예정이다.
또 2019년부터는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터미널로부터도 220만톤의 셰일가스를 20년간 공급받을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물량은 파주, 위례, 광양 등에 위치한 각종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와 함께 SK인천석화, SK종합화학 등 계열사들의 영업이익 합계도 1조원대를 훌쩍 넘었다.
인천석유화학은 1999년 한화그룹의 경인에너지에서 현대오일뱅크로 경영권이 양도된 이후에도 경영여건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2001년 9월 부도 처리됐다. 2003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인천석유화학은 2006년 SK에너지에 품에 안기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후 인천석유화학은 안전·환경 관리 시설 강화, 에너지 효율 증대, 운휴 공정의 정비 등 SK의 강도 높은 공장 정상화 사업 추진을 바탕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3966억원을 달성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이같은 성과를 '딥체인지' 실천으로 돌렸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장은 SK 최고 경영진의 진두지휘와 전 구성원들의 헌신,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협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라며 "동북아 최고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하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딥체인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선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자'라는 수펙스(SUPEX)라는 구호를 외쳤던 최종현 창업회장의 스타일과도 닮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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