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한 네이버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 개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김은지 기자] 네이버가 유럽을 발판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선다. 네이버의 본격적인 유럽 행보는 지난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프랑스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창업가 육성 등을 위해 협력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2016년에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이 세운 코렐리아캐피탈에 1억 유로를 출자하며, 유럽 시장에 대한 적극적 행보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코렐리아캐피탈과 함께 프랑스의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 투자 를 시작으로 유럽 행보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네이버의 이러한 끊임없는 글로벌 도전은 프랑스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테이션F’ 참여, 첨단기술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인수를 비롯해 코렐리아 캐피탈에 1억 유로를 추가 출자하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에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가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에 첫 출자 기업으로 참여, 라인과 각각 5000만 유로 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네이버가 추가로 1억 유로를 출자해, K-펀드 1에 총 2억 유로를 출자하며 유럽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네이버는 하이엔드 음향기술업체 드비알레 지분 투자에 참여한데 이어 지난해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 스닙스, 리쿠르팅 플랫폼 잡티저, 사용자분석 (UX) 데이터 분석 솔루션 애이비테이스티(뮤 Tasty)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또 네이버와 일본 자회사 라인은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지에 ‘녹색 DNA’를 공유했다.

네이버와 라인은 지난해, 프랑스 소재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테이션F’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스페이스 그린’을 마련하고,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의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과 파트너로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의 스타트업은 주로 AI,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같은 첨단 기술분야에 집중돼 있어 기술 경쟁에 힘쓰는 글로벌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주권 확보를 중심으로 ‘반 구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유럽의 상황도 네이버와 라인에 긍정적이다.

벤처로 시작해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을 개척하고 라인, 스노우, 네이버웹툰, 브이 라이브와 같은 혁신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선보인 노하우가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 스타트업들에게 전파되면,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 확장에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네이버의 유럽 행보 중심지가 된 프랑스에서는 이미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주도 아래 대대적으로 스타트업 육성 지원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 법인 Ernst&Young(EY)은 지난해 유럽 국가별 벤처캐피털 모금 규모에서 프랑스가 2위를 차지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프랑스에서는 이커머스, 차량 공유 분야에 등장한 현지 서비스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아마존과 같은 미국산 서비스들에 맞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스테이션F에 이어 네이버의 유럽 행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동력은 ‘기술’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제록스로부터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하며, 기술기업으로의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은 1993년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 설립됐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자연어 처리와 같은 미래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제록스의 주요 연구기관 중 하나다. 뛰어난 기술력뿐 아니라 최신 트렌드에 대한 감각까지 지녔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IT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M&A 등이 활발해진 상황에서, 이번 제록스 인수는 네이버의 미래기술 연구 수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학술적인 면에서도 제록스는 2015년 이후 75개 세계적인 컨퍼런스와 학술지, 학회에 매년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로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그간 제록스가 연구해 온 머신러닝, 인공 지능 분야에서의 다양한 결과물들의 많은 부분에서 네이버랩스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 연구도 공통된 문제의식과 주제를 가지고 있어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경쟁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두루 갖춘 스타트업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 그리고 끊임없는 기술 연구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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