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에 위치한 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한국, 중국, 일본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강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업계가 인증한 '화이트리스트'에 SK이노베이션·LG화학·삼성SDI가 동시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금까지 한국에만 불리하게 작용해온 시장 환경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생산량 1~10위 업체가 모두 한중일 3개국의 기업일 정도로 3파전이 치열하다"며 "지난해 150만대가 팔린데 이어 올해도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으로, 중국내 판매량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터리 생산량을 보면 1990년대부터 산·학·연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온 일본이 지난해 배터리 생산량 기준 64%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이 18%를 점유하며 2위, 한국이 뒤를 이어 17%에 머물고 있다. 이는 내수 시장만으로도 전세계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배터리업체들을 차별하면서 자국 기업만을 집중 지원해온 보호 정책으로 인해서다.
 
하지만 지난 24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먀오웨이 공업화신식화부 부장(장관급)을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배제 문제’ 해결을 공식 요구하면서 ‘이제는 상황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중국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창신연맹이 우수 인증 업체를 뜻하는 1차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를 모두 포함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국내 배터리업체 한 관계자는 "드디어 빗장이 풀려가는 듯한 모양새"라며 “지금까지 유럽·미국에만 한정된 시장이 중국으로 넓혀지면 현재 판매량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매율을 보면 일본이 64.3%, 중국이 18%, 한국이 17.7% 순으로 한국업체들은 두 국가의 견제에 밀려 한국의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정부가 내연기관·전기 자동차 등 모든 종류 차량의 생산·판매를 관할는 중국은 한국의 배터리 업체를 차별하는 노골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에는 보조급 지급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한 대당 지원해온 금액은 10만위안(약 1700만원) 정도로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무려 4000억위안(약 68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중국과 일본의 보호·육성 정책은 당장 아무런 정부 지원 없이 해외 시장에서 자력으로 살아 남아야 하는 한국 업체들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LG화학의 리튬이온배터리 IDS/LEAF. <사진 제공=LG화학>

차세대 배터리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에 투입된 양극재 출하량 순위에서 LG화학은 81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생산량은 2.2% 증가했으나 순위는 5위에서 9위로 하락했다. 반면 일본 스미토모사는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의 5개 업체가 TOP 10에 포함되는 강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의무판매제도를 시작하면서 긍정 신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한다. 의무 공급 비율은 내년 10%에서 2020년에는 12%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또 2020년에는 보조금 폐지도 검토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한국 업체들만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제재 수위가 낮아 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기대감도 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일방적 지원에 힘입어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LT), 비야디(BYD) 등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해 출하량 기준 2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해왔으나, 기술력은 한국이 앞서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중국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는 신규 투자와 증설을 통해 5위권 내에 머물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올해 매년 전기차 100만대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 유럽 최대 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는 2025년까지 연 30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선언한 독일의 폭스바겐 공장 인근이기도 한다.
 
삼성SDI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5만대 분량으로 당초 공장 가동 시기는 올해 하반기부터였으나 3개월 가량 앞당겨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국내외 배터리 업계 최초로 중대형 배터리를 개발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충남 서산 공장에서 올해 3분기부터 양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대 가동 중인 1~3호기에 이어 4~7호기까지 건설 완료되면 총 4.7GWh의 생산 능력이 갖춰진다. 특히 모두 이미 수주가 이뤄진 건들에 대한 증설이이어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중국이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견제가 이뤄져왔다“며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당국의 규제로부터 벗어난다면 전세계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으로 일본과의 1위 다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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