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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면초가 몰린 국토부, 실망스러운 '허술함'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진에어요? 대변인실로 전화해보시죠. 진에어와 관련한 언론 대응은 대변인실에서 원보이스(One Voice)로 하기로 했습니다."

"원보이스 대응이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담당과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과거 6년간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불법 재직한 사안으로 국토교통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담당과에서는 대변인실로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정작 대변인실은 영문을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담당과 실무자와 어렵사리 통화가 성사(?) 됐지만,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미리 입을 맞추지 않고 전화를 넘겨버린 민망함 때문인지 그는 전화를 빨리 끊길 바라는 눈치였다. "모르겠다" "말할 수 없다" 등 극도로 말을 아끼는 기색도 역력했다.

물론, 최근 벌어진 일련의 논란을 따져보면 국토부의 이 같은 대응이 이해될 법도 하다.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한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일가 갑질-비리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국토부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허술함에 헛웃음이 밀려온다.

조 회장의 막내딸 조 전 전무는 1983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적사 등기이사 재직은 불법이다. 하지만 그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조 전 전무의 불법 재직 논란이 불거지자 담당부서는 "당시 항공법령에는 등기이사 변경 등에 관한 보고의무 조항이 없어 지도·감독에 제도상 한계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역효과만 났다. 오히려 국토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부각됐고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나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 "즉시 감사에 착수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조 전 전무 재직 당시 두 차례 대표이사 변경건과 한 차례 사업범위 변경건 심사 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로 그가 외국인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제도상 지도·감독에 한계가 있었다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밝혔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일각에선 '셀프감사'가 공정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토부는 2014년 발생한 일명 '땅콩회항'과 관련, 특별 자체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팀에 대한항공 출신 2명을 포함시켰고 이들이 감사 기간 동안 대한항공 측과 수차례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칼피아(KAL+마피아)' 의혹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 취소와 관련, 법리 검토를 맡긴 법부법인에서 "면허 취소는 불가능"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조 회장의 매형이 설립한 로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위기를 인지했기 때문일까. 국토부는 '땅콩회항' 사건 3년여만인 지난 18일  당시 대한항공 KE-086편을 조종한 조종사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에 징계를 내렸다.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뒷북 조치', '늑장 징계'라는 빈축을 샀다.

국토부는 가만히 있어도 욕을 먹고, 뭘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지탄받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난 폭탄에 국토부 위상은 크게 위축됐고, 항공 업계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치한 국토부 잘못과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땅에 떨어진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 역시 국토부에 달렸다. 쉽지 않지만 결단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 과정을 밝히는 과정이 첫 단계다. 잘못된 걸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적폐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곪은 상처는 빨리 터트려야 일찍 낫는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세정 기자  sj@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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