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간의 주택 공급 불균형으로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최근 반짝 호황을 맞은 건설업계에도 부동산 시장에 닥친 빙하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대형건설사들의 재무상태 개선은 해외 플랜트 부문 손실 감소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에 닥친 불황의 그림자가 머지않아 건설사들을 덮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4월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1만2347건으로 3월에 비해 48.8% 감소했으며 수도권 거래량도 3만7054건으로, 3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 강남, 서초, 송파, 강동 강남 4개구의 거래량은 3월 대비 7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각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대부분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위축되는 부동산 시장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보인 곳은 GS건설로 매출 3조1270억원, 영업이익 389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매출 2조9950억원, 영업이익은 15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70억원 증가했다. 현대산업개발도 1분기 매출 1조4261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자랑했다. 

또 대우건설은 매출액 2조6528억원, 영업이익 1820억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12.8%, 115.0% 증가한 2조8331억원, 2450억원을 보였다. 두산건설 영업이익도 143억1500만원으로 11.5% 증가했다.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대비 17.8% 증가한 11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건설사들의 덜미를 잡았던 해외 플랜트 부분의 손실이 줄어든 것을 호실적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손실을 모두 반영하고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정상화 단계에 올라섰다”면서도 “주택부분의 변수는 고려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주택공급량은 지난해에 비해 5만여 가구가 줄어든 수치이지만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심해져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달 중에만 경기도 연천과 전북 순창, 제주에서는 1순위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경쟁률 '제로' 아파트도 나왔다.  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꺼리고, 건설사들도 주택 공급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어 "국내 시장 위축에 따른 내리막길만 남은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집을 지어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으로, 국내 주택건설 사업에만 의존해온 중견건설사들이 가장 다급해졌다.

중견업체인 H건설사 한 관계자는 "거래 급감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공급이 사라지게 되면 당장의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이라며 "만기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건설사들이 속출해 줄도산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와 함께 신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강화는 주택 거래를 옥죄는 대표적 규제로 꼽인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도입이 본격화되면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어서, 거래량 정상화만이 부동산 시장과 건설 경기를 동시에 살리는 방안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현재 대출 자체가 안 되거나 집단대출의 이자가 크게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절반 가까이 위축된 거래를 예전의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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