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현 G&C Factory 전략파트너

살아가다 보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거나 혹은 본의 아니게 사실이 아닌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 시절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에서 봤듯이 정직함이 중요하고 피노키오에서 읽은 것처럼 거짓말을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싶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사업을 하다 보면 신념과 비전을 이야기하다 보면 사실이 아닌 자신의 희망 사항을 말하거나 계획을 말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적자인데 흑자라고 말한다든가 계약이 아닌 업무협약인데 계약이라고 말한다든가 세계 최초의 상품이라고 했지만 알고 보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몇 년 전 나왔던 상품이라든가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제품을 베껴놓고는 세계 최초 혹은 한국 최초라고 한다든가 등 좋게 말하면 나름 마케팅이지만 사실 까놓고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 세상 살아가면서 아예 어느 정도 과대포장을 하지 말라거나 과소포장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아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리거나 거짓말쟁이로 몰릴 수도 있어서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잘 나가던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때 여성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울 정도로 잘 나가던 엘리자베스 홈즈 대표는 최근 사기꾼으로 몰리고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7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소송에 휘말린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회사가치 거의 10조에 육박했던 스타트업의 스타였다. 19세의 엘리자베스가 2003년 창업하였고 스탠퍼드 대학교를 중퇴한 것 역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량의 피로 200가지의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었지만 사실 2015년 월스트리트 저널 보고서에서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실제로 가능한 것은 겨우 12가지 테스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의 신화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 사기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처음에는 스타트업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대로 해외로 나가 프로모션을 하거나 투자가들이나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때도 있었다.

이는 비단 스타트업 대표들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고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신이 정말로 세계 최초로 어떤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착각하는 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사실상 해외에서 베껴 왔지만, 세계 최초인 양 한국에서 시늉하고 속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심지어 국내 경쟁사의 제품을 베껴놓고 도리어 원제품을 개발한 회사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일도 있을 정도이다.

매출을 속이기도 하고 적자인 것을 흑자로 속이기도 하고 제품이나 솔루션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주장하기도 한다. 유료 고객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다른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면서 잘 안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원래 중소기업이지만 회사를 새롭게 열면서 스타트업으로 둔갑시키고 마치 단 몇 년 만에 엄청난 성과를 낸 것처럼 속이는 일도 있다. 또한 거의 있지도 않은 상황을 전제로 설정해놓고 마치 그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해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특히나 해외 투자가들은 국내 사정을 잘 모를 것으로 생각해서 매출을 속이거나 투자액을 대충 말해 사실상 속이거나 계약에 대해 속이거나 제품이나 솔루션의 단점에 대해 속이거나 지나치게 축소해서 말하거나 장점을 거의 거짓말에 가까울 정도로 과장해서 말하거나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현장에 나가 협상을 하기 시작할 때는 대충 거짓말을 하거나 불투명하게 말하거나 얼버무리거나 해서 지나치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때 당장은 통할지 모르지만 결국 실제 Due Diligence 즉 실사를 진행하고 계약을 위한 조건들을 주고받다 보면 사실이 아님이 금세 들통나게 되어 있다.

실사에서 다 들통이 나는데 왜 하나 마나한 거짓말이나 약간의 허세를 부리게 되는 걸까. 물론 일부러 작정하고 사기를 치려고 했다고만 몰아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홍보(PR)라는 게 결국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 몇 년 사업하고 접을 계획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자신에게도 솔직하고 투자가나 거래사에도 정직해야 장기적으로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 자신감과 허풍 사이에는 아주 가는 경계선이 있듯이 거짓말과 홍보는 분명 구별을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과 협업하기로 했던 스타트업이 1년 가까이 협업 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가서 결렬된 안타까운 상황에 빠진 적이 있었다.

대기업의 횡포라고 나쁘다고 사람들은 욕했지만 해당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제품에 문제점이 있는 것을 축소해서 거의 없는 듯 말했다가 결국 밝혀지는 바람에 1년간 들인 공이 무산된 것이었다.

사기를 쳤다는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면 통할 거라는 안일한 자세가 화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해외로 나가서도 그런 경우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독특한 기술이나 제품이라고 유명 언론사에 보도까지 됐지만,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시도되었던 것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제품이나 솔루션, 기술이었던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다.

재무제표 보면 다 뻔히 드러날 수치까지 속여서 과대 포장했다가 나중에 밝혀져 계약이 결렬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진실성을 갖고 협상을 하고 제품이나 솔루션, 기술을 포장하여 소개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가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일단 신뢰가 깨지면 투자고 뭐고 다 소용없는 것이라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늘도 이 간단한 진리를 놓치고 과대포장하거나 수치를 속였다가 나중에 들통이 나서 불신이 쌓여 중요한 거래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다.

아예 솔직히 밝힐 것은 밝히고 합리적인 장래에 대한 가능성으로 설득을 해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보아 더 맞다. 투자가나 협력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자주 하다보면 진짜인 걸로 자신도 믿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실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다 보면 결국 막판에 가서 다 드러날 진실을 너무 감추고 시간을 끌어서 도리어 해외 투자가나 파트너들로부터 불신을 사서 중요한 협상을 놓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거짓말로 몇 년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의 발등을 도끼로 찍는 것과 같다. 진정한 성장을 이루면서 진정한 투자가나 파트너를 찾는 게 결국 장기적인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너무도 기본적인 것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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