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1년 4월 LG전자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A모씨가 회사를 떠나면서 구본준 당시 LG전자 부회장(현 LG 부회장)에게 이메일을 남겼다. 이 이메일에는 5년 동안 회사를 다닌 직원이 퇴사를 앞두고 회사 발전을 위해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이메일에서 “우리 회사가 진정으로 ‘혁신’을 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며 “연구원으로서 느낀 바로는 ‘혁신’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혁신’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그에 따른 몇 가지 근거로 A씨는 회사가 지나치게 ‘보안’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엄청난 기회비용이 생겼다”며 “계산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분명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내 인터넷 접속제한을 예로 들었다. A씨는 “보안을 이유로 접근이 막힌 사이트가 의외로 많다”며 “어떤 사이트를 어떤 이유로 막았는지 연구원에게 전혀 공지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아이디어를 얻는데 인터넷만큼 좋은 곳은 없다”며 “아이디어 조사 차원에서, 기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접근조차 막히면 대부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LG전자가 앞으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기회를 그동안 이런 이유로 놓치지 않았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퇴사자의 마지막 바람은 LG전자에 변화를 가져왔을까. 애석하게도 LG전자에는 여전히 일부 사이트 접속이 제한돼 있다.

LG전자 내부 기자실에서 기사 작성을 위해 넥슨 홈페이지에 접속한 B모 기자는 “넥슨 홈페이지에 접속이 제한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넥슨 뿐 아니라 주요 게임관련 홈페이지와 맞춤법 검사기 등 불특정 다수 홈페이지에 접속이 제한됐다고 B기자는 설명했다. 17일 현재 기자실에 한해 이같은 접속 제한은 모두 해제됐다.

넥슨은 18일 정식 출시하는 G7씽큐를 통해 모바일 MMORPG게임 ‘카이저’의 마케팅 활동에 나선 바 있다. 
그룹 내 타 계열사나 경쟁사도 업무 외 사이트에 접속을 제한해두는 경우는 있지만 선정적인 사이트나 도박 사이트 등 업무와 지나치게 무관한 경우에 한정해두고 있다. 

경쟁사 관계자는 “업무에 극히 불필요한 사이트의 경우 접속에 제한을 두도록 하고 있다”며 “주로 도박 사이트나 음란 사이트 등이 해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연구원으로부터 불만이 새어나올 정도로 제한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A연구원도 KT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막혀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접속 제한은 LG전자 본사와 연구소를 포함해 전사에 적용되는 정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 정책상 업무에 불필요한 사이트는 업무시간 내에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며 “단 직원이 사이트 접속이 필요해 요청할 경우에 한해 접속할 수 있으며 업무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접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넥슨 홈페이지의 경우도 연구원의 요청만 있다면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개발 등에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접속 제한은 고객(계열사)의 요청에 따라 전산망을 유지·보수하는 시스템통합(SI)계열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LG CNS 관계자는 “사이트에 접속 제한을 걸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고객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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