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 모습[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춰 일제히 서민금융(사회적.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맞물려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서민금융상품인 '우리새희망홀씨대출' 금리를 내리고 대출 기간을 늘렸다.우리새희망홀씨대출은 저신용자 또는 저소득자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지원 상품이다.

대상은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이거나 외부 신용등급 6∼10등급 이하이면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사람이다.대출한도는 최대 3000만원이다. 새로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이 상품 가산금리를 4.0∼9.0%포인트(p)에서 3.0∼8.0%p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별로는 최대 3.0%p 내려가 산출금리는 최저 3.75%에서 최고 9.75%가 됐다.

대출 기간도 최장 5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새롭게 한부모 가정에 0.3%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서민금융 지원을 추진하는 거점 점포인 '우리희망금융플라자'를 기존 33개에서 66개로 확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서민금융상품 판매를 7000억원 이상 확대하고, '우리새희망홀씨대출' 리모델링을 통해 서민 금융부담 해소에 동참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 새희망홀씨대출 금리 최대 3%p 인하/하나은행, 서민금융지원 강화 차원 '햇살론' 등에 1조7000억원 지원<각사 제공>

KEB하나은행도 포용적 금융지원 정책에 발맞춰 서민금융상품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2020년까지 새희망홀씨, 사잇돌 중금리 대출, 청년·대학생 햇살론, 안전망 대출 등 서민금융지원 상품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주거안정 지원을 위해 신혼부부 전세론을 출시했고 조만간 '청년 월세론'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인 '편한 대출'(가칭)도 출시한다.

올해 1월부터는 지역신용보증재단에 300억원을 특별 출연해 영세 소상공인 대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판매한 정책 서민 금융 상품의 규모는 620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는 7000억원까지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고용 창출 지원과 창업, 취업 지원까지 한데 묶은 ‘두드림(Do Dream)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민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새희망홀씨와 사잇돌 중금리 대출 등 서민 금융 지원 규모는 3000억원이고, 소멸시효가 지난 특수 채권을 소각해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안도 실행중이다. 특수 채권은 지난해 8월까지 4451억원 상당을 소각 완료했다. 신한은행의 전체 서민 금융 상품 판매 목표는 올해 7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바뀔때마다 이전 정부에서 급하게 나왔던 은행들의 금융정책이나 상품들이 일순간 사라지며 결국은 비자발적 서민금융 조치들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4월 4일 서울 종로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사회적 금융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 은행들은 '창조경제' 정책과제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됐다. 청년창업 지원과 창의인재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춘 KB창조금융예금과 '통일 대박' 정책에 발맞춘 금융상품등이 대표적이다. 한 때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며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찌감치 판매가 중단됐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관련한 금융상품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정책에 부합하는 상품들을 쏟아냈다가 정부가 바뀌면 거둬들이는 것은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졌다"며 "지금 나오고 있는 사회적 포용적 금융 기조도 잠깐 떴다가 언제 사그라들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한시적인 이벤트 성격이 아닌 보다 장기적인 수명을 갖춘 금융정책 기조들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와 은행들의 신뢰확보 차원에서라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건실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치의 성격에서 벗어나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은행들이 시장 분위기에 적합한 금융정책 방향을 좀 더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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