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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도녀의 시승기] 기아차 더 K9,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기아자동차가 단단히 사고를 쳤다. 어디에 내놔도 부럽지 않은 '진정한' 플래그십(최상위) 대형 세단을 내놨다.

지난 4월 출시된 '더 K9'은 2012년 이후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2세대 모델이다. 전사적 역량을 총 집약해 만든 '역대급 신차'라는 기아차의 공언은 소비자 반응으로 미뤄볼 때 허풍이 아니다.

더 K9은 판매를 시작한 첫 달에만 122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월판매 1000대를 돌파한 것은 K9 역사상 2번째(2012년 7월 1400대)다. 대기 물량이 3000대 가량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상반기 내 사상 최다 월판매 실적을 갱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시 첫 해 7599대가 팔리며 '반짝 인기'를 얻은 K9는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 판매량은 꾸준히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553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자동차와의 판매간섭을 피하기 위해 에쿠스와 제네시스(브랜드 출범 전) 사이로 설정한 애매한 포지션은 오히려 실패의 원인이 됐다. K9은 부진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단종설까지 도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말 그대로 '절치부심'했다. 더 K9은 플래그십 대형 세단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외장 디자인과 운전자를 위한 감성적인 실내공간, 국산 고급차 최고 수준의 첨단 주행 신기술과 편의사양, 파워풀한 주행성능. 강화된 안전성 등으로 재탄생했다. 과거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이전 세대가 '회장님 차'의 쇼퍼드리븐카(운전기사가 있고 오너가 뒷좌석에 앉는 차) 이미지가 강했다면, 2세대 모델은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직접 운전)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응축된 고급감과 품격의 무게(Gravity of Prestige)'를 디자인 콘셉트로 개발된 외관은 한 눈에 봐도 웅장하다. 더 K9은 전장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축거(휠베이스) 3105mm다. 이전 세대 대비 전장과 전폭은 각각 25mm, 15mm씩 확대됐다. 휠베이스는 60mm 길어졌다. 

풍부하고 섬세한 면처리의 후드는 주변부와 보닛 후드의 경계가 뚜렷한 아일랜드 파팅 기법이 적용됐다. 빛의 궤적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과 순차점등 방식의 시퀀셜 턴시그널 램프가 적용된 '듀플렉스' LED 헤드램프, 이중 곡면 디자인으로 세련된 볼륨과 디테일을 강조한 '쿼드릭 패턴 그릴'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측면부는 균형 잡힌 비례감을 기반으로 시각적인 안정감과 중후함을 추구한다. 또 스테인레스 재질의 윈도우 서라운드 몰딩과 견고해 보이는 C필러 디자인이 조화된 DLO, 입체적인 사이드 크롬 가니쉬, 변화감 있는 이중 캐릭터라인으로 역동성도 갖췄다.

세련된 인상과 고급스러움의 조화로 완성도를 높인 후면부는 헤드램프와 통일된 디자인 그래픽을 적용해 일체감을 구현한다. 동시에 램프 주변에 메탈릭 베젤을 적용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강한 인상을 준다.

가장 관심을 모은 엠블럼은 독자 엠블럼이 아닌 'KIA' 영문 엠블럼이 부착됐다. 와인 빛 그라데이션과 입체적 자형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가죽과 금속, 우드 소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개발 콘셉트는 '삶의 영감을 풍성하게 하는 공간(Confident Richness)'이다. 특히 운전자 중심의 설계가 인상적이다.

센터페시아부터 도어트림까지 반듯하게 이어지는 '일자형' 디자인은 넉넉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외부 가림 영역을 최소화하고 실내에서 보는 실외의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파노라믹 뷰' 디자인으로 시계성을 대폭 넓혔다.

시트뿐 아니라 1,2열의 도어 트림부에도 적용된 퀼팅 패턴과 최고급 리얼우드가 적용된 크러시패드, 유럽산 명품 천연가죽 소재가 리얼 스티치로 박음질된 시트는 '플래그십 세단의 정수'가 느껴진다.

인상적인 부분은 12.3인치의 대형 내비게이션이다. 센터페시아 상단부에 돌출된 내비게이션은 시인성을 극대화하고 조작이 편리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모리스 라크로와'의 아날로그 시계는 디자인 포인트라 할 만하다. 일반적인 차량에 부착된다면 생뚱맞겠지만, 더 K9에 적용된 아날로그 시계는 럭셔리 감성을 배가시킨다.

쇼퍼드리븐카가 갖춰야 할 소양도 놓치지 않았다. 기존의 6:4 방식의 분할시트 적용이 아닌 4:2:4 분할 방식을 채택한 2열은 안락한 거주성을 구현했다. 전석 화면과 독립적인 후석 디스플레이로 전체 운행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후석 암레스트에 위치한 무선 충전 패드에서 케이블 없이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후석 휴대폰 무선 충전 시스템'으로 편의성도 높였다.

시승 코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 호텔을 출발해 강원 춘천시 더 플레이어스 GC를 왕복하는 160km 구간으로, 시승차는 3.3 가솔린 터보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그랜드마스터즈다.

한 손에 꽉 차는 변속기어 레버는 부드러운 촉감이다. 레버를 'D'에 맞추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3.3 리터 트윈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더 K9은 최고출력 370마력(ps), 최대토크 52.0kg·m의 동력 성능을 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 반응해 앞으로 튀어나간다. '용수철 같다'는 표현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민첩함이다.

2톤에 가까운 덩치에도 운전자의 조작에 맞게 한치의 오차없이 움직인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은 고속에서 차체를 더욱 단단하게 잡아준다. 코너링 구간은 부드럽게 탈출한다. 급제동 시에 쏠림 현상도 크지 않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서스펜션이 대부분 흡수한다. 도로를 노면의 특성에 따라 총 1024개로 세분화해 실 도로환경에서 최고 수준의 승차감을 구현한 덕분이다. 타이어 공명음 저감 공명기 휠과 후석 샌드위치 판넬, 엔진룸 격벽 구조 적용, 흡차음 구조 최적화 등으로 최상의 정숙성을 구현했다. 풍절음도 완벽하게 차단한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마트, 에코, 스포츠, 커스텀으로 구성된다. 에코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1400~1800RPM을 유지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니 엔진음은 즉시 달라진다. 엔진 사운드와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사운드를 합성해 차량 주행모드별 동력성능과 잘 매칭되는 사운드가 구현될 수 있도록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이 적용됐다. '우우웅'하는 소리는 '달릴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로 들린다. 시트 포지션도 바뀐다. 옆구리 부분의 시트가 부풀어오르며 몸을 시트에 밀착시켜준다. 순간적으로 5000RPM이 넘으며 짜릿한 주행 성능을 뽐낸다.

한 단계 진보한 첨단 주행 신기술도 압권이다. 전 트림에는 차로유지보조(LFA), 전방·후측방·후방교차 충돌방지보조(FCA·BCA-R·RCCA), 안전하차보조(SE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등 국내 최고, 최다 수준의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가 적용됐다.

LFA와 NSCC을 함께 작동하니 손과 발이 자유로워졌다. 100% 믿고 맡기기엔 여전히 불안한 감이 있었지만, 이내 더 K9의 똑똑함에 감탄이 나왔다.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차로를 읽었다. 차선이 흐릿한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전진했다. 내비게이션과의 연동으로 가속카메라 구간에 접어들자 자동으로 속도를 줄였다.

터널 진입 전 창문이 열려있으면, 내비게이션 상단에 '터널에 진입하여 외부 공기를 차단합니다. 창문이 닫힙니다'라는 문구가 뜨고 곧바로 창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터널연동 자동제어' 기능이다. 참 똑똑하다.

의도치 않게 충돌방지보조시스템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터널 진입 후 후미등을 켜지 않고 있던 앞차의 급정거에 미쳐 손쓸 새가 없었다. 더 K9은 '부르르'하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줬고 충돌을 피했다.

고속 구간을 빠져나와 도심 구간에 접어들었다. 방향지시등 조작 시 해당 방향 후측방 영상을 클러스터에 표시하는 '후측방모니터(BVM)'로 뒷차의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변속기어 레어 후면부의 '뷰' 버튼을 누르면 전방과 전측방, 측방, 360도 어라운드 뷰가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와 좁은 골목길 진입이나 주차도 손쉽게 해낸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공인연비와 동일한 수치인 8.1km/ℓ를 기록했다.

더 K9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 잡을 곳이 하나 없다. 최고급 오너드리븐카로서, 최고급 쇼퍼드리븐카로서도 손색이 없다. 2세대 모델은 존재감 없던 K9의 귀환을 알린 동시에, K브랜드 흥행의 키맨으로 돌아왔다. 나아가 기아차의 고급차 시장 성공 가능성까지 엿보게 해준다.

다만 'KIA' 영문 엠블럼이 주는 가성비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네시스나 스팅어처럼 별도의 엠블럼을 부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기아차는 뚝심있게 KIA 엠블럼을 달았다. 그만큼 더 K9에 가지는 기아차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이 같은 뚝심이 '대중적 이미지'을 깨부술 수 있을 지는 더 K9에게 던져진 숙제다. 

더 K9의 판매 가격은 3.8 가솔린 모델이 5490만~7750만원, 3.3 터보 가솔린 모델 6650만~8230만원, 5.0 가솔린 모델 9330만원이다.

이세정 기자  sj@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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