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20년간 독점 운항해 온 대한항공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 경쟁 항공사에 개방된다. 몽골 정부가 기존 '단독 항공사' 취항 정책을 버리고 '복수 항공사' 취항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몽골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 항공법’ 개정안을 지난 2월 제출, 지난달 몽골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 정부는 몽골 항공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르면 하반기에 열릴 한국-몽골 항공회담에서 운수권 확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9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가 몽골 정부로부터 얻은 주3회 운수권을 단독 배분 받은 이후 20년째 해당 노선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운수권이 주6회로 늘어났지만 모두 대한항공의 손으로 넘어갔고 '독점 논란'으로까지 비화 되기도 했다.

몽골 정부의 ‘항공법’ 개정안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군 명령에 의해 시행되는 교통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은 항공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1노선-1항공사' 원칙을 취하고 있다. 단독 항공사 정책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기타 국가에도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몽골이 개정안과 관련한 공식 자료를 우리 정부와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진행 상황과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복수 항공사 취항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정이 이뤄진다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이르면 하반기에 운수권 확대를 위한 항공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몽골 현지 매체인 'TIME.MN'(왼쪽)과 'UB.LIFE'는  지난 4월 19일(현지시간) '항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운항 중인만큼, 거리 보다 다소 높게 책정된 항공권 가격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을 출발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하는 노선은 3시간 35분 가량 소요되는 중·단거리 노선(2000km)이다. 하지만 단독 노선인 만큼, 1km당 운임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11일 기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편도 운임은 45만6000원이다. 1km당 운임은 228원 수준이다. 비슷한 거리의 중국 광저우 노선 운임은 24만7300원이다. 1km당 운임은 127원으로 울란바토르 노선의 절반 수준이다.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는 매년 7월 초 몽골 민족 축제인 '나담'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탑승률이 90%대를 훌쩍 넘을 정도로 수요가 집중된다. 이 기간 대한항공의 울란바토르 노선 운임은 61만2500원이다. 1km당 운임은 306원으로 평상시보다 약 1.3배 가량 오른다.

앞서 2012년에는 대한항공과 몽골 국적사인 미아트몽골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 항공노선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비교적 짧은 거리의 노선에 비해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2003년 이후로 정체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영 확대를 위해 몽골 측과 꾸준히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몽골은 회담 하루 전에 돌연 불참 통보를 하는 등 비협조적인 보습을 보였다.

다만 몽골은 1노선-1항공사 노선에 따라 부산~울란바토르 정기 노선 취항을 허용했다. 에어부산은 2014년부터 부산~울란바토르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정기 운수권 확보에 주력했고, 2016년 주2회 정기 노선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편도 요금은 32만5200원 수준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블루오션'인 몽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 몽골 간 교류 증가에 따라 항공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단거리 노선이 포화에 이른 만큼, 신규 먹거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1월 두 차례, 올해 2월에 이어 4월까지 총 4차례 청주발(發)울란바토르 부정기편을 운항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9월과 12월 청주발 울란바토르 노선을 부정기편으로 운항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고객 수요가 쏠리는 인천발 노선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이나 청주발 노선은 탑승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실상 인천 노선이 '알짜노선'이다. 몽골 항공법 개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정부는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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