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체임버 라운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총수들에 대해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팔아라”고 경고하면서 대기업들의 시스템통합(SI)계열사에 대한 지분 구조 개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들과 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는 것은 주주 일가가 비주력, 특히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법률로 강제할 일은 아니지만 지배주주 일가는 주력 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그 외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경고에 따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타깃이 되던 SI계열사에 대한 지분 매각 및 구조조정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SI기업은 그룹 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설치·운영·보수하는 일을 전담하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 SI기업 관계자는 “보안에 민감한 사안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해 SI기업 내부거래 비중에 대해 조사한 결과 30대 그룹의 SI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롯데정보통신이 93.1%로 가장 높았으며 현대차그룹의 SI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89.4%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공정위가 조사한 총자산 10조원 이상 27개 대기업집단의 연간 내부거래 평균은 12.2%였다.

이 때문에 관련법에서는 SI기업에 대한 총수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각 그룹의 SI계열사들은 이같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 매각이나 분할·합병 등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롯데지주의 SI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투자부문(롯데IT테크)과 사업부문(롯데정보통신)으로 기업분할을 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났다.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투자부문 자회사인 롯데IT테크의 지분을 보유하고 롯데IT테크가 롯데정보통신을 지배하게 되면서 SI계열사에 대한 오너 지분을 0%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3월에는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투명 경영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화S&C 역시 지난해 존속법인(에이치솔루션)과 사업부문 법인으로 물적 분할을 하고 사업부문 법인 44.6%를 스틱컨소시엄에 2500억원에 매각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날 물적 분할에 따라 오너 일가가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에이치솔루션이 한화S&C의 나머지 지분 55.4%를 보유하는 구조가 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앞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5년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현대오토에버의 지분 20만주(9.68%)를 모두 매각했다. 이후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19.46%만 남으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20% 아래로 떨어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같은 당부에 따라 정 부회장의 지분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I기업 총수 일가 지분 처분 압박

이처럼 SI기업들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상조 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기업들도 총수의 지분 매각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됐다.

SI기업 빅3의 오너 지분을 살펴보면 삼성SDS의 경우 17.01%로 규제 대상이 되진 않으나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삼성SDS는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70%에 이른다.

또 LG CNS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1.4%에 불과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45%에서 2015년 48.6%, 2016년 50.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K㈜ C&C는 최근 신규사업의 비중을 늘리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2016년 내부거래 비중은 42.3%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23.4%에 이른다.

이밖에 GS ITM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무려 80.6%이며 내부거래 비중도 78.8%에 이른다. 김병열 GS칼텍스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12년에 내부거래가 500억원이었던 것을 현재 200억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10일 간담회에서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지배주주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기업도 일시적으로 조사나 제재를 회피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보다 선제적으로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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