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6년 뜨거운 여름이 막 시작되려던 6월의 어느날,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는 약간의 한기가 돌고 있었다. 오랜만에 신작 스마트폰 출시 간담회로 많은 기자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1층 로비에는 휑한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당시 팬택이 신작을 내놓은 것은 2014년 11월 ‘베가 팝업노트’ 이후 1년7개월만이었다. 베가 팝업노트는 팬택의 어려운 사정 탓에 돌잔치도 하지 못한 아이처럼 조용히 세상에 등장하고 사라졌다. 신작 발표회는 2014년 5월 ‘베가 아이언2’ 이후 처음이었다.

팬택의 신작은 대단히 화려하게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 브랜드를 부활시키며 그들의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TV광고로도 큰 화제를 끌었던 배우 박기웅의 ‘맷돌춤’까지 그대로 재현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그 의지는 결연함과 동시에 처절함도 묻어있었다. 당시 팬택 측은 출시 간담회에서 “스카이 IM100(모델명)은 ‘스카이가 돌아왔다’는 뜻도 있지만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져있다”고 말했다. ‘IM100’의 출시 전까지 팬택은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스카이 ‘IM100’은 후면 휠과 무선충전 스피커 등 과감한 시도를 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렇게 팬택은 ‘IM100’은 약 10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시장에서 물러났다. 현재 팬택은 IoT 모듈과 라우터 등 통신장비를 중심으로 사업이 재편된 상태다.

그로부터 약 2년이 흐른 2018년 5월, LG전자는 신작 스마트폰 G7씽큐를 공개했다. 3년간 이어지던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장을 교체하고 사업을 재편하며 심사숙고한 끝에 나온 첫 제품이다.

올해부터 LG전자 MC사업본부장을 맡은 황정환 부사장의 의지는 스마트폰의 초심을 찾는 것에 있었다. 그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의 A(오디오), B(배터리), C(카메라), D(디스플레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G7씽큐는 단숨에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바꿔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황 부사장 역시 “좋은 가치를 싼 가격에 공급하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속내, 간절함이 있었다. G7씽큐의 광고모델은 한류 아이돌 방탄소년단이다. 최근 스마트폰들이 스타 마케팅을 지양한 것에 비하면 꽤 과감한 선택이다. 

황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장에서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사실 우리는 방탄소년단을 닮고 싶다. 그들처럼 우리도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6년 팬택의 간절함 못지 않은 속내가 엿보이는 말이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에는 ‘적자생존’이란 말도 무색할 지경이다.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환경에 잘 적응하다 나중에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업들이다.

쫓아가기만 해서는 산소호흡기 달고 누워있는 환자와 다를 바 없다. 병상에서 털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해져야 한다. 울며 애원하고 호소해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냉정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얼마나 과감해졌을까? 나중에라도 그들은 환경을 주도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말은 소비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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