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한 장항제련소. 오는 2020년 목표로 막바지 토양세척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근대화·산업화의 주역에서 관광 명소로의 변신을 꿈꿔 온 장항 제련소가 막바지 정화 작업이 한창이다.

3일 오전에 방문한 장항제련소 인근 일반 주거지역에서는 벼농사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장한제련소는 굴뚝 부근 1·2·3공구에 대한 정화만이 남은 상태다. 한 때 불모지라 불릴 정도로 나무 한 그루 찾을 수 없던 폐허의 모습은 사라지고 평일에도 관광객이 찾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1939년 조선제련주식회사에서부터 시작해 구리, 아연, 납을 생산해오던 장항제련소는 장기간의 운영 과정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주변 토양과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1989년 용광로가 폐쇄됐다. 

정부는 20년 후인 2009년 7월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토양오염개선 종합대책' 수립하고, 토양 정화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매입 구역 내 주민 이주, 토지 이용 등을 고려한 오염부지 정화, 주민건강영향조사 등이 핵심 내용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가 3일 장항제련소 오염토양 정화사업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업수행 기관으로 지정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정부 종합 대책에 따라 장항제련소 굴뚝을 중심으로 4km까지를 오염지역으로 구분, 정화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굴뚝으로부터 1.5km 이내는 국가에서 오염 용지를 매입한 뒤 정화하는 매입구역이다.  

이 가운데 1.5~4km까지는 매입하지 않고 정화하는 비매입 구역으로, 지난 2015년 4월부터 본격적인 정화 사업을 펼쳐왔다. 총 투자 비용은 3000억원. 매입구역은 토양세척법을 적용하고 나머지 지역은 위해성 평가 기반의 정화 작업을 각각 진행해왔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비매입구역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총 37개월에 걸쳐 총 20만6172㎥ 오염토양 정화를 끝냈다. 이 곳에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벼농사와 각종 작물 재배가 가능한 지역으로 탈바꿈됐다. GS건설·현대건설·한화건설 등 대형 3사와 중견건설사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토양세척 습식 파쇄 공정.

제련소의 한 중심 굴뚝 부근인 '1공구'는 오염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운반된 오염토를 모래 입자 굵기별로 나눈 뒤, 물과 희석하고 탈수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작업이 전개되고 있었다. 공정 자동화로 한 구역당 작업인원은 6~7명 가량으로, 정화 완료된 흙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곳곳에 보였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오염토를 희석하는 데 사용된 물은 방류하지 않고, 다시 재활용해 정화 작업에 사용한다"며 "2차오염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만전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1공구 바로 옆에 위치한 송림숲 일대는 이미 관광 명소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 구역에 적용된 '위해성 저감 대안공법'은 오염된 흙을 퍼내 직접 정화할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해 중금속 제거 효율이 높은 식물을 재배하고, 오염토양 상부에 흙을 덮는 작업 등을 통해 오염 물질이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작업이다.

식재를 활용한 토양정화. 기존의 시설물이나 경관을 허물거나 없애지 않고도 정화가 가능해 주목을 받고 있는 공법이다.

토양세척법은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의거해 중금속과 방사능 오염물을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대책이다. 하지만 세척액이 지반에 특성에 미치는 영향, 세척 시스템 설치 시 침수에 대한 현장 적합성 등 변수가 많아 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특히 고농도 오염물의 경우에는 단순히 땅을 긁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화학 처리를 통해 흙의 성질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에 반해 위해성 평가 제도는 비용이 절반 수준이어서 이 제도를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환경공단 관계자는 "일부 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오염 책임이 국가에 있는 곳에서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립숲 일대는 '장항 스카이워크'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서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휴가철이면 가족, 연인 등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곳에는 송엽국 ·수크렁을 이용한 식물정화가 한창이며 식생을 식재해 노출을 차단하는 식생피복 작업도 진행중이다. '기벌포 해전 전망대'와 스카이워크가 운영되는 이곳은 장항읍의 주 수익원이 되고 있다. 

송림숲이 어우러진 장항 스카이워크. 오른쪽 장항 제련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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