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환수와 조합원 전매제한 등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이번에는 이주비 문제로 발목이 잡혀 시름이 깊다. 사진은 올 12월 이주를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ㆍ2ㆍ4주구.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와 조합원 전매제한 등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이번에는 이주비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올해 2만 가구에 달하는 강남3구 재건축 이주 수요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조합원 이주 지원비가 대폭 축소되면서 임시 거주지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본지 조사 결과, 7월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23차 통합재건축(2763가구) △8월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1350가구) △9월 서초구 방배13구역(2911가구) △10월 송파구 잠실진주(1507가구) △12월 서초구 반포주공1·2·4주구(2120가구) 및 한신4차(2898가구), △하반기 강남구 삼성홍실(384가구) 등 1만9000여 가구가 연말까지 줄줄이 이주를 앞두고 있다.

이주비 대출은 정비구역 내 공사 기간 동안 조합원들이 임시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 제도다.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70%를 적용받아 거액의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작년 8.2 대책으로 대출 하한도가 1주택자는 40%, 2주택자는 30%로 줄어들면서 조합이 통보한 이주비 수준으로는 인근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로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되면서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이주비 대출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달부터 5000여 가구의 이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이 같은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조합원당 이주비가 주택형별로 2억∼3억6000만원에 그친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과거 이주비가 7억 이상이었지만 8·2 대책 이후 조합원당 이주비가 주택규모별로 2억에서 3억 중반 대 수준으로 책정됐다”면서“이 수준으론 인근 아파트 전세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신반포3차·경남·23차 통합재건축 역시 조합에서 통보한 이주비가 예상보다 작아 조합원들이 울상이다.

신반포 A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반포경남아파트의 이주비는 4억 후반대에서 6억으로 책정됐다. 이 일대 아파트 전용 85㎡ 이하 전셋값이 8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주비로 전세금 마련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주비 삭감이 단순히 임시 거주지 확보의 어려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통상 강남권 공동주택 소유자는 대출을 끼고 매입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주비가 줄어들면서 대출금 상환에도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입자에게 전세를 놓아 보증금을 끼고 대출한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올 가을에 이사해야 하는데 조합과 시공자 측에서 제시한 이주비 수준을 보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빼주기에도 벅찬 상황이라 눈앞이 캄캄하다”고 우려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까지 적용된 상황으로 재건축업계는 실제 개인이 수령하는 이주비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이거나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재건축 조합과 시공자는 이주비 관련 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정부 조치로 인한 결정이라 이들도 뾰족한 방책이 없다"며 "가뜩이나 강남 재건축 규제가 첩첩산중인 상황에서 이주비조차 받기 힘들어지면서 재건축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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